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정식 근로계약을 맺기 전 시범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버스회사 견습기사도 법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 버스회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보호 급여 결정승인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버스회사의 견습기사 A씨는 2015년 9월 마지막 테스트로 감독관의 지시하에 운행하던 중 급커브 구간에서 버스 추락 사고를 당하게 됐다.

A씨는 2018년 2월 사고 인해 제2요추 방출성 골절상을 입었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요양 승인 처분을 했다. 이에 회사 측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쟁점이 된 것은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버스회사는 서류심사를 마친 입사지원자에 대해 ‘노선 숙지-시험 운전-취업·근로계약서 작성-시용기간’의 과정을 거쳐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데, A씨는 시험 운전 중 사고를 당했으므로 당시 근로자의 지위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가 법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회사에서 정식 근로계약 체결 전 운전기사들이 거치는 통상 1개월가량의 시내버스 노선 숙지 기간에는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 버스가 운행됐고, A씨는 회사 지시에 따라 정해진 차를 탔다는 것이다. A씨가 회사가 지정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1심은 “A씨가 사무실에 출근해 지시에 따라 노선을 숙지했고, 회사에서 지정한 식당에서 식사한 뒤 노선운행 종료 후 퇴근했다”며 “회사 차량을 운행하다 사고를 당한 만큼 사용 기간으로서 근로기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도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며 “오히려 채용 후 근로자를 상대로 한 교육 훈련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A씨가 노선 숙지만 하고 직접 운전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나, 이는 버스회사의 이익을 위한 교육·훈련이거나 적어도 피교육자이자 근로자라는 지위를 겸한 채 이뤄진 것”이라며 “버스회사와 A씨 사이에는 시용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