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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 출시 전 법령에 따른 검사나 인증 절차를 거치더라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김치를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리면 정부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받은 식품이더라도 제조물 결함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8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 해설’에 따르면 제조물책임법상 면책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다. 검찰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할 성격의 문제이나 취지에 비춰 그러한 절차를 거친 사실만으로 결함이 부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원료·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결함이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하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한다. 이 중 제조물은 자동차나 식품, 의약품 등이 해당된다.

검찰은 기업이 제조물책임법상 면책 사유인 법령 기준 준수를 두고 항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제조물을 출시할 당시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지켰으니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제조물책임법에는 면책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제조물책임법 4조 3항은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한 사실을 입증하면 책임을 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제조물책임법상 면책 사유에 해당해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자동차 부품 결함 사고로 시민이 사망하면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면책을 받을 수는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해설서에서 공작물 책임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면서 법령 기준 준수만으로는 면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제조물 책임에 대한 판례는 발견하기 어려우나 대법원은 공작물 책임과 관련해 법령 기준 준수만으로는 면책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내구 연한이 지난 제조물에 대해서도 제조상의 결함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내구 연한이 7년인 냉장고를 10년 이상 사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해 인명 사고가 나도 제조상의 결함으로 인정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