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지난달 24일 진행된 청소년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심문기일은 양측에 자료를 보완·제출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약 30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달 7일 진행된 일반인 방역패스 심문기일에는 재판부의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지면서 3시간 동안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가 방역패스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재판부는 복지부의 ‘동문서답’식 답변에 “하아...”라는 한숨까지 내쉬었다. 일반인 방역패스 효력 정지를 놓고 재판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조두형 영남대 의과대학 교수 등 신청인 1023명이 제기한 집행정지 소송 심문기일은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 심리로 진행됐다. 신청인 측과 정부는 정책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청소년 방역패스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한정됐지만, 일반인 방역패스 소송은 17개 업종을 상대로 제기된 만큼 재판부가 검토할 사항이 많은 셈이다.

양 측은 자신들의 주장과 근거를 담은 PPT를 진행했다. 신청인 대표로 참석한 조 교수는 먼저 백신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28%가 미접종자라고 했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72%는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에 걸린 것”이라며 “군대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 25명 중 23명은 백신 접종자”라고 말했다.

방역패스로 피해를 본 사례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신청인 중 한 명은 26세 대학생으로 갑상선암과 림프절암 투병을 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서 “방역패스 없이는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어 의학적 사유에 의한 예외 인정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 인정될 수 없다’고 거절해 결국 휴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패스로 직업권, 학습권, 생존권에 침해를 입은 분들이 너무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역패스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조 교수는 “수많은 지하철 인파, 콩나물시루 같은 곳에선 방역패스가 적용이 안 되고 있지 않으냐”면서 “그런데 한산하게 장 보고 물건 고르는 대형마트는 왜 대상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뒤를 이어 보건복지부 측의 항변이 이어졌다. 복지부 측은 “국민들 백신 접종을 하면서 예방 접종 효과 등을 주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면서 “부작용 신고 건수도 모두 공개했고, 우리나라 데이터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백신이 효과가 없다거나 위험하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자영업자들의 매출에 타격을 입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축소하기 위해서라도 방역패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복지부 측은 “방역패스를 통해 (확진자 규모를) 조정하고, 사적 모임이나 운영 시간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감염 상황이) 안정적이게 되면 방역패스를 단계별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방역당국을 향해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뭐냐”고 질문했다. 이에 복지부 측은 “미접종자를 보호하고 코로나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그게 어떻게 공익이 될 수 있느냐”면서 “미접종자는 자신의 건강을 미접종으로 지킬 수 있다고 본 건데,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정부는 “방역패스로 미접종자의 중증과 사망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할애되는 의료체계를 보존하는 것”이라며 “의료체계가 붕괴되면 코로나뿐 아니라 일반 의료체계까지 모두 붕괴하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래서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익이 뭔지 단답으로 말해달라. 이해가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복지부 측은 “(코로나) 유행을 통제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게 막는 것이다”라고 즉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곧바로 “그럼 접종완료자가 99%가 되면 의료체계 붕괴가 안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복지부 측은 “아닙니다”라고 답했고, 재판부는 “하아…”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청인 측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결국 방역패스 효력 정지 여부는 정부 정책의 형평성과 실효성이 얼마나 입증되는지에 따라 법원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방역패스 효과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한 만큼, 방역당국이 백신 접종 효과에 대한 명확한 통계를 제시하지 않으면 또다시 방역패스 효력이 줄줄이 정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