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태한 전 대표 측이 첫 재판에서 “회사의 비약적 성장에 따른 합당한 보상으로 적법하게 수령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는 1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김 전 대표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김 전 대표가 삼성바이오 주식 취득가와 공모가 차액 상당의 성과금을 수령한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바이오 초대 CEO로 회사의 비약적 상장에 따른 통상적이고 합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령을 모두 거쳐 적법하게 성과금을 수령한 것”이라며 “액수는 다른 회사 임직원의 상장에 따른 보상이나 실제 바이오로직스 임직원들의 보상에 비춰봐도 과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 범행에 관여한 바 없다”면서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하긴 햇지만 증거자료 삭제 논의가 있기 전 자리에 서 일어나 그 후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했다.

김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동중 전무와 안모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부사장측도 역시 같은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횡령 부분도 회사 발전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며, 자료폐기 역시 통상적 업무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경영권 승계 혐의 1심 사건의 심리 절차를 지켜본 뒤에 재판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7월 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김 전 대표는 당초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및 분식회계 혐의를 받아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았지만 2차례나 기각됐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면서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서버를 빼돌리거나 직원들 휴대전화·컴퓨터 등에서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보고 윗선으로 김 전 대표를 지목했다. 김 전 대표는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28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기소된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에서도 피고인으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