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변호사나 로펌도 늘고 있다. 온라인 법률플랫폼인 ‘로톡’이나 ‘네이버 엑스퍼트(eXpert)’를 활용해 고객을 먼저 찾아나서는가 하면, 지방 법률시장으로 진출하는 법무법인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나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같은 변호사단체들은 ‘직역(職役) 수호’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런 변화에 저항하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크다.

◇온라인 법률플랫폼에 몰리는 변호사들

국내에서 대표적인 온라인 법률플랫폼인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는 올해 3월말 기준 3966명 정도다. 전체 등록 변호사가 3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변호사의 7분의 1 정도가 로톡을 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체 변호사 중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제외하면 로톡 이용 비율은 더 높아진다. 6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대략 2900명 정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형로펌이나 사내변호사가 아닌 변호사 중에서는 4분의 1 정도는 로톡 같은 온라인 법률플랫폼을 한 번씩은 이용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톡은 변호사가 한달에 일정 금액을 정액제로 지불하고 광고 키워드를 구매하면, 로톡 이용자가 해당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변호사의 광고가 노출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4년 2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고 7년여 만에 국내 온라인 법률플랫폼 시장의 절대 강자로 거듭났다. 사업 초기 변호사 숫자가 50여명에 불과했지만 80배나 증가했다. 변협이나 서울변회가 로톡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끊임없이 견제하는 가운데 일궈낸 성과다.

로톡 가입 변호사 추이. /로톡 제공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은 변호사단체들이 오히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태를 보인다고 비판한다. 로톡을 본격적으로 이용한 지 4개월 정도됐다는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연수원 40기)는 “주변에 아는 변호사 없냐고 물어보면서 사건 수임하던 시대는 끝났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는 커녕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플랫폼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로톡이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공익적인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조모 변호사는 로톡 같은 온라인 법률플랫폼이 일과 가정을 모두 챙겨야 하는 여성 변호사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야 하는 여성 변호사 입장에서 의뢰인을 일일이 만나서 하는 대면 영업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온라인 법률플랫폼 덕분에 집에서도 의뢰인과 상담하고 사건을 수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불법이다 아니다’를 놓고 왈가왈부하지만 벤처투자(VC)업계에서는 로톡은 검증된 유망주다. 2019년 시리즈B 투자유치를 포함해 지금까지 147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추가 투자유치도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일본의 ‘벤고시닷컴(弁護士ドットコム)’을 벤치마킹 모델로 설명한다. 벤고시닷컴은 일본 최대 변호사 중개 사이트로 전체 일본 변호사의 절반에 가까운 1만8000명 정도가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고시닷컴은 일본 증시에도 상장돼 있는데 시가총액이 2조2500억원에 달한다. 로톡도 벤고시닷컴처럼 상장을 하면 지금보다 서비스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리걸테크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고, 법률시장의 덩치를 키우고 서비스를 세분화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며 “변호사단체들이 온라인 법률플랫폼을 적대시하는 건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튜브하고 웹툰 그리는 변호사도

변호사들의 자기 PR도 중요해지고 있다. 변호사'님'으로 불리며 의뢰인 위에 군림하던 모습을 벗고 자신의 전문분야를 알리기 위해 발로 뛰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웹툰을 이용해 유명세를 얻는 변호사도 많다. 보수적인 서초동 분위기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얻은 유명세가 사건 수임 등으로 이어지면서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인 변호사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킴킴변호사’를 운영하는 김호인 변호사(법무법인 이헌·변시 1회)와 김상균 변호사(법무법인 태율·변시 1회)가 대표적이다. 두 변호사가 운영하는 ‘킴킴변호사’는 2019년 3월 만들어졌는데 2년 만에 구독자가 13만명에 달한다.

두 변호사의 유튜브행은 글로벌 MCN 기업 ‘트레져헌터’ 대표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김호인 변호사가 트레져헌터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었는데 유튜브 방송을 해보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받고 자연스럽게 유튜브 채널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김상균 변호사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는 주목을 받는 사건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언론에서 조명해주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 같아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며 “수익보다는 법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게 크다”고 말했다. 사건 수임이나 소득보다는 성취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혼 사건 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변호사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웹툰(인스타툰)으로 인기를 끌었다. 의뢰인과의 일화, 이혼 사건 처리 과정을 디테일하게 담아낸 웹툰이 큰 화제를 모았다. 최 변호사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구독자는 26만명이 넘는다.

변호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에 익숙한 90년대생 변호사가 법률시장에 나오면서 온라인 법률플랫폼에 우호적인 반응도 늘고 있다. 인하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A씨는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완전한 삶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자격증이 된 시대”라며 “법률적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 진출해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전략으로 지방법률시장 개척

‘법무법인 YK’는 서초동 김앤장이라는 별명이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비롯해 6대 로펌은 서초동에 사무실이 없다.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등은 광화문에 사무실이 있고, 화우는 삼성동에 있다. 소속 변호사만 수백 명에 달하는 대형로펌이 입주하기에는 서초동의 사무실들이 작고 낡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YK가 몇년새 급성장하자 법조계에서 YK에 ‘서초동 김앤장’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YK의 소속변호사는 작년에 이미 75명을 넘어서며 중형 로펌의 규모를 갖췄다.

법조계에서 YK를 주목하는 건 단순히 규모 때문이 아니다. 기존 로펌들과는 다른 경영 방식 때문이다. YK는 적극적으로 지방에 분사무소를 내면서 지방법률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청주에 10번째 분사무소를 냈고, 올해 부천과 고양, 의정부에도 분사무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서울에 사무실이 있는 대형로펌이 지방에 분사무소를 내는 일은 매우 드물다. 다른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서울 변호사가 지방 사건을 맡지 말라는 규정은 없지만, 오며가며 드는 시간을 감안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YK는 적극적으로 지방에 분사무소를 내면서 ‘오며가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했다.

YK는 ‘원펌’과 ‘공산제’라는 전략을 쓴다. 보통 로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수임해서 번 돈은 자신이 가져가는 ‘별산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YK는 로펌이 번 수익을 소속 변호사들이 일정비율로 나눠 가지는 ‘공산제’로 운영된다. 지방에서 수임한 사건도 서울의 변호사들이 함께 컨트롤하며 재판 대응에 나서는 식이다. 전국 모든 지점을 직영제로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로펌계의 스타벅스라는 별명도 붙었다.

법조계에서는 YK 같은 네트워크 로펌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크다. 지방 법률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우려다. 네트워크 로펌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광고에 다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소규모 법률사무소에서는 “YK가 자잘한 형사 사건을 다 가져간다”는 불만도 크다. 하지만 포화된 서초동 법률시장을 떠나 지방 법률시장을 개척하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YK 관계자는 “YK의 최대 강점은 본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분사무소를 통해 고객들이 전국 어디에서나 균질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YK는 앞으로도 법률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