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데이터 과학자이자 자산 관리 전문가 닉 매기울리(NickMaggiulli). 최근 국내외 투자 전문가와 동기부여 전문가, 데이터 학자들의 찬사를 끌어낸 책 '저스트킵바잉'을 출간했다.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를 예측했던 데이터과학자 세스 다비도위츠(’모두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으로 데이터 학계의 스타가 된 다비도위츠에게 하버드 대학교 총장을 지냈던 서머스도 물어봤다는 그 질문을 던졌다.

데이터로 주식 시장을 예측할 수 있나?

답은 이러했다. “좋은 데이터 과학으로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 당신이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았다면 다른 사람들도 금세 똑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로 주식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다비도위츠의 말은 틀렸다. 데이터 금융계의 슈퍼 루키로 등장한 젊은 현자를 소개한다. 데이터 과학자이자 자산 관리전문가인 닉 매기울리는 10년, 30년, 50년 주기의 장기 데이터를 근거로 주식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확언한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Just Keep Buying’.

급락한 주가, 인플레이션 위기로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 한파가 몰아칠 거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그는 흔들림 없이 표표한 어조로 답한다. ‘그냥, 계속, 사라’.

‘팩트풀니스’를 쓴 한스 로슬링, ‘인피니티 게임’을 쓴 경영사상사 사이먼 시넥 그리고 ‘저스트 킵 바잉’을 쓴 닉 매기울리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장기 데이터를 본다는 것. 멀리 보면 인류가 결국은 공리적인 높은 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대로 단기 욕망에 집착하면 국가도 기업도 시장도 주주도 망가진다. 지난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인터뷰에서 사이먼 시넥에게 ‘주주가 자본주의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왜 나쁜가’를 물었을 때 나온 대답에서 그것을 추리할 수 있다.

현실에서 주주는 전혀 기업의 주인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을 빌린 사람처럼 행동한다. 단기 수익만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회사를 렌터카처럼 생각한다면 기업의 리더가 그들을 주인으로 대접해줄 필요가 있을까?”

경영사상가 사이먼 시넥은 월스트리트가 단기 수익 중심의 유한게임 경영을 압박하면서,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주식 시장이 도박판처럼 변했다고 비판했다.

매기울리는 주주가 자본주의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기 위한 투자의 해법은, 가능한 한 빨리 습관적으로 계속 사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허무하게 들리겠지만, 각종 통계를 근거로 그는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서 모아가는 것이라는 진리에 다가간다.

그가 온라인 투자 사이트의 거의 모든 글과 금융의 역사에 관한 유명하지 않은 책들의 각주와 100년 이상 축적된 주식 시장 데이터를 샅샅이 분석해서 얻은 깨달음은 ‘언제’ 사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내는 것도, 강세장인지 약세장인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능한 한 빨리, 계속 사는 것이 중요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닉 매기울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JUST KEEP BUYING(저스트킵바잉)은 제안이 간결하면서도 강렬합니다. ‘그냥’ ‘계속’ ‘사라’. 세 개의 어휘가 왜 중요한가요?

“우선 두 번째와 세 번째 단어부터 시작해보죠. ‘계속(Keep)’은 연속적인 과정이라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어떤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사다(Buying)’는 물론 여기서는 투자라는 의미입니다. ‘그냥(Just)’이라는 단어는 일상적 행위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이것만 하면 괜찮을 거라는 얘기죠.

세 개의 단어가 모인 ‘Just Keep Buying’은 장기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돈을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냥 계속 사라’라는 말 자체에 심리적 동기도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나머지 사소한 일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닉 매기울리는 리트홀츠 웰스 메니지먼트(Ritholtz Wealth Management)의 최고 운영 책임자다. 데이터와 개인 금융의 교차점에 초점을 맞춘 그의 칼럼은 '월스트리트 저널' 'CNBC'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투자의 세계에선 ‘그냥 계속 사라’가, 유튜브 세계에선 ‘그냥 계속 올려라’가, 콘텐츠 업계에선 ‘그냥, 계속, 써라’ 가장 강력한 메시지인 듯합니다. 축적의 힘을 믿고, 시간의 진화를 믿고 ‘실행하라’는 것이 포스트모던 사회의 해법일까요?

“대체로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에 해롭거나 반생산적인 일을 ‘그냥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일이라면, ‘그냥 계속하는 태도’는 어디서든 장기적으로 훌륭한 결과를 낳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금융계의 ‘팩트풀니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스 로슬링은 ‘장기 데이터’를 통해 지구공동체의 삶이 항상 더 나아지고 있다고 증명했어요. 최근에 경영사상가 사이먼 시넥도 ‘인피니트게임’에서 단기 성패에 발목 잡힌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기업은 ‘멀리 보고 무한게임을 하라’고 시야를 확장했죠. 소비주의와 욕망의 시대에 ‘장기적인 시선’은 우리에게 어떤 힘을 부여합니까?

“현재의 불안을 딛고 묵묵하게 돌파할 힘을 주지요. 제가 좋아하는 격언이 있어요. ‘사람은 1년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10년에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 물론 ‘멀리 보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겠죠. 그러나 매사에 그런 판단을 내리고 실천한다면, 부와 삶에서 반드시 안정적인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제 경험이 보증합니다. 저는 온라인에서 6년 동안 글을 쓰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의 장점을 저절로 깨우쳤어요. 제가 책을 내게 될지 상상도 못했는데, 그 결과물이 여기 있지 않습니까? 살면서 적어도 한 분야에서만큼은 장기적으로 지속해보려고 해보세요.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부가가치가 나올 겁니다.”

-당신은 1989년생으로, 33세의 젊은 나이입니다. 어떻게 짧은 시간에 돈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나요? 데이터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자산관리 전문가라서?

“먼저 저는 지혜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투자 산업에 종사한 지 겨우 4년 차죠. 다만 저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할 줄 압니다. 이런 능력이 있으니, 지혜로울 필요가 없죠. 전문적인 의견도 필요 없습니다. 제 생각을 인도해 줄 데이터가 있으니까요.

저는 제 주장을 그리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이런 능력과 데이터가 정말 유용합니다. 어떤 일이 제 생각과 다르면, 증거를 살펴보고 기꺼이 생각을 바꿉니다.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합니다.”

금융 위기를 그린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

-올해 초 저는 저점 매수 시기로 판단하고 충동적으로 주식을 샀다가 30% 폭락으로 낙심한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이 더 심한 혹한기를 겪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위로가 되는 데이터는 무엇입니까?

“미국 증시는 일반적으로 격년마다 10%, 4~5년마다 30%, 30년마다 50% 이상 떨어졌어요. 다른 선진국 시장들도 비슷한 변동성을 보이죠.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일은 역사적인 기준으로 볼 때 정상이라는 범주에 속합니다.

중요한 건 전 세계적으로 다양화된 주식 포트폴리오가 부를 축적한다는 거죠. 역사적으로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주식이 수십 년이라는 시간 지평에 걸쳐 부를 축적하지 못한다? 그건 아마 여러분의 투자 포트폴리오 따위는 문제가 되지도 않는 전 지구적 재난 상황일 겁니다.”

-당신은 사는 타이밍도,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내는 것도, 강세장인지 약세장인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고, 그냥 계속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무엇을 얼마만큼 어떤 주기로 사야 합니까?

“대공황 시기 10년을 제외하고는 2~3년 안에 약세장은 끝났어요. 단기적으로는 가치 평가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평균적인 결과를 맞죠. 이를 감안하면,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충고는 전 세계적으로 수익창출자산 바스켓을 구성하라는 겁니다.

특정 주식 대신 인덱스 지수를 따라, 가능한 한 자주 사세요. 집세를 내듯 음식을 사듯 쇼핑을 하듯, 습관처럼 사세요. 제 충고가 모호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의도적입니다.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건 소용 없어요.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에 따라 인적 자산의 가치와 금융 자산의 가치의 상반된 변화를 추적한 그래프.

-당신은 어디에 투자했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세 개의 다른 ETF를 통해 미국 주식, 선진국 주식, 신흥 시장 주식을 골고루 가지고 있습니다. 약간의 가치주도 가지고 있죠. 그러나 최적의 투자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10년, 30년, 40년, 100년 등의 장기 주식 데이터를 보면서 발견한 특이점은 뭐죠?

“기간과 상황이 전혀 달라도 놀랍도록 비슷한 수익률을 보인다는 거죠. 예를 들어 1900년에서 1922년 사이 미국 주식 총 실질 수익률(+128%)은 2000에서 2022년 사이 총 실질 수익률(+124%)과 거의 같습니다. 결과는 흡사합니다만, 시장 체제는 매우 달랐어요.

2000년 미국 주식 시장은 닷컴 버블이라는 역사상 가장 커다란 거품에서 막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에는 금융위기를 맞이했죠. 하지만 장기 평균 수익률은 1900년에서 1922년 사이의 수익률과 거의 같습니다. 모든 장기 수익률이 수렴하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사실은 우연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투자는 쌀 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가 매수 타이밍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요? 에버리지 인보다는 바이 나우가, 바이더딥보다는 평균 분할 단가 매입이 더 생산적인 근거는 무엇인가요?

“근거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시장이 늘 붕괴하기 직전처럼 느껴지지만, 폭락장은 대단히 드물게 일어납니다. 대체로 시장은 오르고 있어요. 당장에 가진 돈을 전부 투자하는 바이나우(Buy now)와 가진 돈을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투자하는 애버리지인(Average in)을 S&P500 주식에 직접 투자해본 결과, 시기를 막론하고 바이나우가 애버리지인 보다 수익이 높았어요.

애버리지인이 바이나우보다 확실히 더 높은 수익을 올렸을 때는 1929년과 2008년으로 주식 시장이 붕괴하기 직전뿐이었죠. 폭락을 거듭하는 장에서는 나누어 매수하는 것이 평균 매수가가 더 낮으니까요.

통계적으로 가진 돈을 전부 투자하는 바이나우가 조금씩 나눠서 투자하는 애버리지인보다 수익률이 더 높다. 애버리지인이 우세했던 경우는 1929년 2008년 주식시장 붕괴 직전일 때였다.
2000년대 이후에도 평균적으로 바이나우가 애버리지인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또한 ‘바이더딥(Buy the deep 저가 매수)’으로 투자하기 위해 현금을 갖고 기다리는 방식, 다시 말해 저점을 기다려 투자하는 방식은 보통은 차선책입니다. 사람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택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데이터에 따르면 이 ‘바이더딥’ 방식이 오히려 더 리스크가 큽니다. 시기를 미루지 마세요. 투자금은 있되 리스크가 걱정이라면, 지금 당장 리스크가 적은 포트폴리오에 투자하세요.”

-결국 ‘빨리 시작하고 자주 투자하라’가 핵심 메시지인데요. 현재와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현금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만.

“현금은 시장에 예기치 못한 할인, 싼 물건이 있을 때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그리 흔치 않기에, 현금 보유 전략은 높은 성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오늘 당장 현금을 들고 있다가 저점 매수에 성공했다고 해서, 미래에도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

제가 여기서 말하는 현금은 ‘투자 가능한 현금’이라는 사실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실직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여러분이 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은 없어선 안 되며, 시장 상황과는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반드시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가 매수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보다, 일정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평균 분할 단가 매입이 통계적으로 수익률이 더 높다.

-개별 주식에 투자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주시지요.

“자산 포트폴리오의 적은 부분, 예를 들어 5% 정도를 가지고 재미 삼아 개별 주식을 사는 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추세에 역행해서 개별 주식으로 하는 사람은 위험한 항해에 나선 셈입니다. 데이터를 보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개별 주식으로 3~5년 동안 인덱스 펀드보다 더 나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은 20~3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더 나은 수익을 올리더라도, 단 한 번에 불과한 행운이 아니었다고 확신할 수 없어요.

제가 한국 최고 투자자에게 주식 선정 게임에 도전한다고 가정해보죠. 각자가 5종목을 선택하고 다음 한 해 동안 누가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가를 평가하는 게임입니다. 제가 이길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운만 좋으면 이길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이길 수 있습니다.”

-운을 계량화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인가요?

“네. 투자 결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운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측정할 방법이 없기에, 투자 능력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개별 주식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개별 주식을 사고 좋은 실적을 내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하는 것과 같아요. 운에 좌우되는 게임을 하지 말고 인덱스펀드나 ETF에 넣고 각자의 삶을 사세요.”

-유동성을 감안하면 주식이야말로 자산을 담아둘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하면서도, 소심한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고요. 하락을 향한 감정적 격변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결국 변동성이 문제입니다. 주식은 개인 투자자를 위한 가장 훌륭한 재산 형성 도구 중 하나이지만,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훨씬 더 안정적인 부동산에 비하면, 주식 포트폴리오는 절반 혹은 그 이하의 가치로 떨어질 수도 있지요.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한 가치가 단 며칠 만에 증발해 버리는 것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특히 초기 투자자들에게는 자산의 많은 부분을 주식에 넣지 말라고 추천합니다. 그러나 결국 변동성으로 인한 격변의 감정과 맞서는 방법은 장기적으로 ‘멀리 보는’ 것입니다.”

-변동성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매우 철학적으로 들립니다.

“아무런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장 커다란 리스크가 될 수도 있어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데이터를 보면 매수후 보유보다 사고팔면서 손실 회피 전략을 취했을 때 수익이 더 저조했어요. 손실 회피 전략이 제힘을 발휘할 때는 하락 폭이 15% 이상일 때였죠.

기억하세요. 시장은 공짜로 투자자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지 않습니다. 위대한 투자자인 멍거도 변동성은 감수해야 한다고 했죠.”

하락 폭이 15%가 넘어가기 전까지는 매수후 보유 전략이 더 유리하다.

-혹시 변동성에 충격받은 적이 있는지요?

“믿기 어렵겠지만 저는 변동성에 놀라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 시장이 하루에 5%도 넘게 요동치던 2020년 3월에도 충격받지 않았죠. 저는 그저 “시장은 원래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라고 계속 되뇌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미래에 놀랄 일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악운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젊은 투자자라면 악운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죠.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시장 상황이 향후 10년간 하락을 거듭할 것으로 우려된다면 채권처럼 리스크가 적은 자산으로 분산 투자해야 합니다.

시장 상황이 어떻든 우리는 선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운이 나쁜 시기를 맞는다면, 지출을 줄이고 일을 더 하고 자산 배분을 약간 바꿔보는 거죠. 악운은 언제나 닥치지만, 생각만큼 끔찍하지 않다는 것도 기억하면 좋을 거예요.”

-”우리는 잘 먹기 위해서 주식을 산다. 하지만 잘 자기 위해서 채권을 산다.” 이 격언을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대체로 주식은 ‘성장’을 제공하고, 채권은 ‘보호’를 제공하지요. 주식은 부를 축적하여 ‘잘 먹는’ 데 도움이 되고, 채권은 부를 보호해서 ‘잘 자는’ 데 도움을 주니, 포트폴리오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매기울리가 쓴 '저스트킵바잉'에 대해 모건 하우절('돈의 심리학' 저자)은 데이터를 이해한 후 이토록 훌륭한 스토리를 끌어내는 사람은 없다'고 평가했다.

-저축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할 수 있는 만큼만 저축하라”는 조언이 위로가 되더군요. 밀레니얼과 X세대,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규모가 같은 나이를 기준으로 잡으면 비슷하다는 통계, 은퇴 이후 생활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지 않는다는 통계가 신선했습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많은 은퇴자 사이에서 은퇴 후 자산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증가한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제가 보는 데이터는 은퇴 자금 고갈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되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 결과 (미국에서는) 과잉 저축이라는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은퇴 후 돈에 대해 걱정하는 것보다 현재 가진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걱정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편이 은퇴자금으로 얼마나 많이 저축했느냐보다는 행복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얼마 전까지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후, 대출 금리 인상으로 영혼이 털리기 직전입니다. 부동산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모든 사람이 자기 집을 소유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 소유에 대한 강박 관념이 미국과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왔지요. 저는 사회가 만들어낸 자의적인 목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기 삶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가 주택 소유가 좋은 삶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거든요.

정말 자기 집을 원하는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충고는 ‘기다려’ 입니다. 물론 상황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미국처럼) 금리도 높고 집값도 비싼 상황에서는 기다림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입니다. 저도 제 명의의 집이 없습니다. 몇 년 후에는 구매할 계획이 있어요. 저도 여러분처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은퇴 후 시니어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돈이 아닌 정체성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말인가요?

“은퇴 연구에 따르면 은퇴 이후 지출감소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우리는 생각보다 돈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디테일입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누구와 함께 보낼까? 더는 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삶의 목적은 어떻게 찾아야 하나? 이것은 모두 존재론적인 질문이죠.

정체성의 혼란은 계좌에 찍힌 돈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은퇴 전에 준비하고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질문들입니다. 그런데도 소득 없이 수십 년을 살아야 하는 은퇴 이후가 걱정된다면, 장기간 현금 보유는 형편없는 선택입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유일한 무기는 투자를 통한 자산가치 상승밖에 없죠.”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면 가진 주식을 매도해도 좋다고 했어요.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돈을 쓰는 것에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저는 돈과 올바른 투자 방법에 대한 글을 쓰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모든 글의 요점은 하나예요. 원하는 삶을 살라는 거죠. 여러분은 설마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으로 묘지에 묻히는 게 삶의 목적이신 건 아니겠죠? 설마?

돈을 모으는 목적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멋진 핸드백이나 손목시계가 목적이라도 좋아요. 세계 일주 여행이라면 더 좋겠죠. 다른 사람이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방식을 설교하려 들면 들어주는 체도 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써야 합니다. 이보다 더 나은 방식이 있나요?”

-돈보다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결론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성장주로 인생을 시작해서 가치주로 마감한다’는 말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행복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젊을 때, 그러니까 20대 초반쯤이면 미래에 대해 기대치가 높다고 합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의 미래에 높은 기대치를 갖는 성장주와 비슷하죠. 하지만 젊은이들 대부분은 살면서 자신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합니다. 많은 성장주처럼 현실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죠.

그래서, 중년이 된 많은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행복해하지 않습니다. 이는 기대가 한풀 꺾인 가치주와 비슷하죠. 하지만 이런 상황도 무한정 지속되지 않습니다. 가치주가 놀라운 상승을 경험하듯, 사람들 역시 살면서 놀라운 긍정적인 일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성장주로 인생을 시작해서 가치주로 인생을 마감한다’라고 했을 때, 흔히 생각하듯 삶이라는 게 항상 그리 좋거나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나이 기준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규모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팬데믹 초기에 꽃 파는 남자를 보고 희망에 베팅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유혈이 낭자할 때가 매수 시점이라는 격언에 대한 사례로 당신의 경험담을 직접 들려주시지요.

“주변 사람 모두가 패닉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어떤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을 마주하면 커다란 감동을 받게 됩니다. 세상은 그래도 계속 돌아간다는 느낌은 큰 감동을 주죠. 제게 꽃 파는 남자를 만난 그 일은 바로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 19는 우리 모두에게 무시무시한 시기였지만, 인류 전체는 견뎌냈습니다. 제가 ‘유혈이 낭자할 때’ 사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했던 이유도 바로 인류는 어려움을 버텨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장이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에 따르면 영원히 하락하는 시장은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당신과의 인터뷰를 접한 사람들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하기 바랍니까?

“당장 ‘Just keep buying’ 책에 별 다섯 개 서평을 남겨주세요. 농담입니다. 진지하게 말씀드리자면, 돈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삶을 즐기세요. 여러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재산입니다. 인터뷰를 읽는 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적화해야 하는 자원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말하는 닉 매기울리.

닉 매기울리의 금융 룰 9

1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 저축이다. 2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닌 소득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라 3 때가 되면 집은 사야 한다. 4 개별 주식 종목은 매수하지 말라 5 빨리 자주 계속 사라 6 천천히 팔아라 7 변동성은 필연이다. 두려워 말라. 8 시장 폭락은 매입의 기회다 9 시간은 당신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