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NH투자증권 정기 검사에 착수했다. NH투자증권과 같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통상 3년 주기로 정기 검사를 받지만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밀린 것이다. 금감원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도 정기 검사를 하면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한 만큼, 시장에선 NH투자증권 검사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NH투자증권 본사 /뉴스1

26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NH투자증권 정기 검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8~22일에 진행한 사전 검사에 이은 것이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처럼 이슈가 있을 때 나가는 ‘수시 검사’와 달리 ‘정기 검사’는 피감기관인 금융사의 건전성 등 종합적인 요소를 점검한다.

전날 금감원은 같은 농협 계열에 있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를 다음 달 중순부터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지주회사법과 은행법 등에서 정하는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 관련 사항도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지도하겠다”고 했다. 농협중앙회의 도를 넘는 입김이 작용했는지 검사하겠다는 얘기다.

농협은 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증권·생명·보험으로 이어지는 구조라 지배 최상단인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과 같은 계열사에 영향을 미치기 쉽다. 실제 지난달 차기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증권 관련 이력이 없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강하게 밀어붙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농협중앙회와 NH투자증권은 모회사-손자회사 관계지만, 농협의 특성 때문에 일반 기업과 달리 모회사가 손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관여해선 안 된다. ‘신경분리’ 때문이다. 신경분리란 신용 사업(금융)과 경제 사업(비금융)은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는 금산분리와 같은 논리다.

신경분리로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여전히 지분은 농협중앙회 100% 소유인 탓에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CEO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만큼 업계에선 금감원이 NH투자증권 정기 검사 과정에서 이를 점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게 명확한지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외 업무상 이슈로는 지난해 8월 상장한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 사태가 있다. 파두는 상장 전 2023년 연간 매출액 추정치가 1202억원이라고 했으나 합쳐서 4억원도 안 되는 2·3분기 매출액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이 됐는데, 파두의 상장 주관사가 NH투자증권이다.

이후 금감원은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통해 한 차례 NH투자증권을 압수수색했다. 현재 파두의 주주들은 NH투자증권과 또 다른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당시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연초 금감원은 올해 금융투자 부문에서 증권사와 운용사의 연계형 불법 행위를 검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 운용, 자문 등 복수의 라이선스를 이용한 사익 추구가 있었는지 점검하겠다는 뜻이다. 또 계열회사 간 공동 투자와 대규모 거래가 적정했는지, 증권사가 직접 운용하는 사모펀드(인하우스 헤지펀드) 불건전 영업 행위가 있었는지 검사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