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약 2년 만에 2700선으로 올라서면서 연내 3000선까지 다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시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곧 하락 전환할 것이란 판단에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하락 상장지수펀드(ETF)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2월 26일~3월 26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30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ETF는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1% 하락하면 2%의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 ‘곱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같은 지수를 1배 추종하는 ‘KODEX 인버스’ ETF 역시 개인들이 44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개인들은 국내 상장된 코스피 인버스 상품을 같은 기간 총 3601억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개인 순매수 1위인 네이버(8760억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개인투자자들은 한 달간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를 1163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이 ETF를 같은 기간 21억원 내다 팔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 인버스 상품 역시 개인은 총 120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하락을 추종하는 ETF는 수익률 측면에서는 최하위다. 같은 기간 국내 상장된 ETF 하락률 2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12.02%) ETF다. 3~5위도 11%대 하락세를 보인 KB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의 ‘코스닥150선물인버스’다. 하락률 10~14위는 모두 ‘코스피200선물인버스2X’ ETF였다. 해당 ETF들은 가격이 8~9% 내렸다.

그래픽=정서희

개인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이유는 코스피 지수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분석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2년간 코스피 지수는 2100~2700선에 갇혀있었다. 최근 박스권 상단을 넘어섰다고 판단하자 인버스 ETF 순매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전환보다는 박스권 지속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고점이 임박했다는 뉘앙스의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5일 리포트를 통해 2분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국내 증시도 고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증시는 한차례 환호한 후 미국 대선을 주시할 것”이라며 하반기엔 증시가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도 2분기 말 증시가 고점에 도달한 후 하반기 정부의 밸류업 정책 효과 소멸, 미국 대선 등 대외 정치 리스크로 인해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코스피 지수 전망치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밸류업 기대 효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5일 코스피 예상 밴드를 2300~2750선에서 2500~3000선으로 올렸다. 하나증권도 같은 날 2900~3000선으로 수정해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지수가 연내 최고 31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부담이 줄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양호하다면 지수 상승에 대한 확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