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사들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각사의 개성에 맞는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성비 불균형을 지적하고 이를 시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각사별로 이를 대하는 온도차가 사뭇 다르다. 프로그램 수행 결과, 그룹내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곳이 있는가 하면, 일회성 운영에 그쳐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곳도 있다.

주요 금융지주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현황. / 그래픽=김경아 기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성 리더 육성은 금융권 인사정책의 핵심 아젠다로 자리 잡았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11일 열린 은행연합회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에서 기본적으로는 여성의 인재 풀을 많이 끌어올리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 금융지주사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당국도 여성 리더 기용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며 은행권의 성별 다양성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KB금융그룹은 2020년부터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인 ‘위 스타(We STAR) 멘토링’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기까지 총 380명이 수료했다. KB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등기임원 중 가장 높은 여성 비율(43%)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여성 리더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KB금융 ESG위원회는 ‘KB 다이버시티(Diversity, 다양성) 2027′을 수립, 2027년까지 계층과 성별의 다양성을 확대해 그룹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2027년까지 여성 부지점장과 경영진을 20%까지 높이고, 여성 핵심전문가도 30%까지 육성한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부터 금융권 최초로 여성 리더 육성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SHeroes)’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활동한 6기까지 총 280명의 여성 리더를 육성했으며, 올해 7기를 출범하며 60여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신한금융은 프로그램 1기 수료자인 조경선 신한DS 사장을 그룹 최초 여성 CEO로 발탁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현주 신한금융 소비자보호파트장, 김효정 신한카드 상무 등 20여명의 임원과 본부장을 배출했다.

하나금융그룹은 2021년부터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Waves)’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기까지 총 92명의 여성 리더를 육성했다. 2기까지 수료한 여성 직원 70명 중 박영미 서부영업본부 지역대표 등 6명이 임원과 본부장으로 승진하는 성과도 달성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지난 2021년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인 ‘우리 윙(WING)’을 운영했다.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여성 경영진 비율 15%, 부장급 20%를 달성하는 ‘성 다양성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1기 발대식을 갖고 60명의 여성 리더 키우기에 나섰지만, 1기 출범 이후 2기 선발은 이뤄지지 않아 프로그램이 잠정 폐지된 상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지주사와 은행 모두 새 수장을 맞으며 조직 정리에 힘쓰느라 프로그램을 연속성 있게 운영하지 못했다”면서도 “여성 리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 차원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IT조선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