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가 지난해 업계 1위 신한카드와의 격차를 바짝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을 잘해서가 아니다. 내실 경영이라는 명목 아래 무이자 할부 등 소비자 혜택을 대거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나선 결과다. 여기에 프리미엄 카드 위주로 돈되는 고객에 마케팅을 집중했다.

그래픽=김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6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카드업계 실적치고는 선방한 결과다. 업계 1위 신한카드가 당기순이익 62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 금융지주계열 4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전체 순이익이 11.4% 감소한 것과 비교해 보면 삼성카드는 선전한 셈이다.

삼성카드는 외형 면에서도 신한카드를 위협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신용카드 회원 수(본인 기준)는 신한카드로 1280만명으로 1위, 삼성카드가 1266만명으로 2위였다. 점유율 기준, 신한카드가 21.7%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2위 삼성카드가 19.8%를 기록하면서 양사간 점유율 격차는 2.8%포인트에서 1.9%포인트로 좁혀졌다.

자본 규모는 삼성카드가 더 많다. 지난해 12월말 삼성카드의 자산은 28조8000억원으로, 이중 자기자본이 8조1000억원으로 28%다. 반면 신한카드는 자산 43조4202억원, 자기자본은 8조550억원으로 19%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만 놓고보면 삼성카드가 지난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신한카드를 앞지르기도 했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영업이익은 8032억원으로, 8100억원인 삼성카드보다 68억원 적다.

삼성카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으로 마케팅 비용을 축소한게 주효했다. 실제 4분기 개인신판 취급고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에 머물렀다. 이자비용도 4860억원으로 전년보다 1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이자비용은 30~40%씩 늘었다.

지난해 금리상승 국면을 감안해 보면 삼성카드가 적극적인 짠물경영에 나섰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선제적 자금 조달과 만기 분산을 통해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했다”며 “수익이 적거나 없는 자산을 축소해 포트폴리오를 개선한 것도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내실경영에는 소비자 혜택 축소도 포함됐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무이자 혜택을 줄이고 소위 알짜 카드는 없애고 프리미엄 카드 위주의 영업전략을 택했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로 국세·지방세, 4대 보험 등을 납부한 회원에게 6개월 이상의 무이자 할부를 지원했지만 작년부터 중단했다. 여기에 일시불 신차 구입시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자동차 캐시백 비율도 0%대까지 낮췄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카드는 개인회생신청 접수 규모가 분기당 1500억원 내외에서 4분기에는 1600억원대로 늘어나 4분기 경상 대손비용은 2100억원으로 증가했다”며 “다만, 마케팅비용 축소 등으로 영업수익률이 큰 폭으로 상승해 영업수익이 다소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조달금리가 상승해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수익성이 보장되는 상품 중심으로 운용하는 것은 카드사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카드의 이같은 타이트한 운용은 영업기반 전반이 축소되는 결과도 가져왔다. 삼성카드 전체 자산의 61.2%에 달하는 신용판매 자산은 지난해 17조6223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줄었다.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자산과 할부·리스 자산은 각각 26.6%, 14.7% 감소했다. 반면, 신한카드는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하는 등, 신용판매와 할부·리스 부문의 수익이 크게 늘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카드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로 지난 2021년 말 2.2%, 2022년 말 2.1%에 이어 2%대를 유지했다. 이는 저수익 상품을 과감히 줄이고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확대해 효율적인 운용 전략을 택한 덕분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체질 개선 등에 집중했던 신한카드와도 다소 대비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단기 전략과 중장기 전략 등 카드사별로 택한 전략이 다를 수 있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며 “삼성카드의 경우 리스크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는 전략을 택한 반면, 신한카드의 경우 포트폴리오 다각화나 체질 개선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카드는 올해에도 수익성에 집중하고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이같은 운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회사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해 리스크와 효율 관리를 강화하고, 회사의 모든 전략을 이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IT조선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