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 해시드 대표. /조선DB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계열 벤처캐피털(VC)인 해시드벤처스가 약 2500억원 규모로 3호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 냉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시드벤처스는 당초 3월 중순까지 펀드 레이징을 해 클로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까지 모은 돈은 250억원에 불과하며, 그나마 그중 절반인 125억원은 계열사 해시드에서 출자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시드벤처스 3호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하기로 한 기관은 DL 한 곳이다. 그 외에 예스코홀딩스가 출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기관이 125억원을, 해시드가 나머지 125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시드는 김서준(82.23%) 대표, 김성호·김균태 파트너 등 세 사람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회사다.

해시드벤처스는 다음 달 말까지 3호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한다는 목표하에 출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기존 2호 펀드 출자자들에게 수시로 연락해 “지금까지 얼마가 모였으니 출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식으로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출자자는 “다른 곳이 출자한다면 우리도 고려해 보겠다”고 반응하는 상황이다.

2400억원 규모로 2021년 12월 결성됐던 2호 펀드의 출자자로는 네이버, SK, LG, 컴투스, F&F, 무신사, 하이브, 크래프톤, 위메이드 등 쟁쟁한 기업들이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해시드벤처스 3호 펀드의 결성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앞선 1·2호 펀드들이 결성 당시 목표와는 다르게 블록체인과 별로 관련 없는 회사들에도 투자를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업체 ‘오버월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을 운영하는 피에스엑스, 방문 요양 헬스케어 기업 한국시니어연구소, 스포츠 데이터 분석 업체 핏투게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투자기업 중 일부는 김 대표의 포항공대 후배가 창업한 회사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이코퍼레이션에 투자한 적이 있다는 점도 기존 출자자들의 3호 펀드 참여를 저지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은 가상자산 ‘테라’와 ‘루나’를 만든 테라폼랩스와 엮여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해시드벤처스는 펀드 레이징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목표 금액을 2000억원으로 낮추고 올 상반기까지 결성을 완료하는 방안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호 펀드의 약정액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