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설하는 고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마침 정부가 국내 투자형 ISA를 신설하고 세제 혜택을 강화하면서 ISA 계좌 유치 경쟁이 재개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국내 투자형 ISA 신설과 세제 혜택 확대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다. /뉴스1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ISA 가입자는 396만8206명으로, 전년(357만2230명) 대비 10.2% 증가했다. 투자금도 6조9145억원에서 9조7964억원으로 41.7%나 늘었다.

ISA는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서 예금과 적금·주식·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할 수 있는 절세 상품이다. 특히 국내 주식 등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중개형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은행 등에서 가입할 수 있는 신탁형과 일임형은 직접 투자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증권사 ISA 가입자의 약 96%는 중개형 가입자다.

현재 ISA 시장 점유율 1위는 은행이다. 하지만 1위와 2위인 증권사 간 간격은 좁혀지고 있다. 작년 증권사 ISA 가입자 수가 10% 넘게 늘어날 때 은행 ISA 가입자 수는 99만3562명으로 2022년 대비 6%(6만4276명) 감소했다. 투자금은 2022년 11조7112억원에서 지난해 13조6840억원으로 16.8% 늘어났다. 증가하기는 했지만, 증가율은 증권사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두 업계 간 투자금 격차는 1년 새 1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은행을 뒤집을만한 기회가 생겼다. 정부가 지난달 17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국내 투자형 ISA를 신설하는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형 ISA는 국내 상장주식과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위탁형·일임형·중개형 모두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국내 투자형 ISA는 연 2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이 발생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자도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돌려 말하면 그만큼 금융투자상품에 친숙한 고객이 개설할 만한 계좌이기 때문에 은행보다는 증권사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래픽=정서희

기존 가입 혜택도 늘어난다. ISA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총 1억원)에서 4000만원(총 2억원)으로 늘리고, 비과세 한도 또한 기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서민형은 기존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기존 ISA는 국내 상장된 해외 주식형 ETF와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때 유리하다. 해외 주식형 ETF나 펀드는 국내형 상품과 달리 매매차익이 발생했을 때 배당소득세로 15.4%를 과세한다. 분배금에도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ISA로 투자하게 되면 배당소득세 15.4%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번 세제 확대로 비과세 한도가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비과세를 적용받고 나머지 초과분에 대해선 9.9%의 배당소득세가 적용돼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부가 새로 만드는 국내 투자형 ISA의 경우 비과세 한도와 대상자가 더 확대됐다.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1000만원 비과세 한도(서민형은 2000만원)가 적용되고, 기존에 ISA 가입이 불가능했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단 금소세 대상자는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또 투자형 ISA의 경우 국내 상장주식·주식형 펀드에만 투자가 가능하다. 이에 기존 ISA의 최대 장점인 국내 상장 해외 주식형 ETF·펀드 투자 시 누릴 수 있는 절세 효과는 없다.

이달 2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내용을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이달 19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2월 중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이라는 부칙에 따라 이르면 5월 말이나 6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계좌 유치 경쟁에 들어갈 전망이다. 투자형 ISA의 경우 금소세 대상자도 가입이 가능해 고소득자에 대한 투자 유입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현재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6월 말까지 중개형 ISA 신규 개설·전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투자 지원금, 공모주 청약 한도 우대, 주식 수수료 혜택 등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도 전날부터 오는 3월 말까지 ISA 중계형 계좌를 이전하는 고객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한다.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도 관련해 수수료 혜택 등을 제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