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스트아크’ 개발사 스마일게이트RPG가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실제 소송 주체는 라이노스자산운용이다.

라이노스 측은 7년 전 전환사채(CB) 형태로 200억원을 투자했으니 스마일게이트RPG가 ‘상장 추진’ 조건을 이행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스마일게이트RPG는 그 전에 회사가 적자를 기록해 상장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트아크 모바일./스마일게이트 제공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 23일 스마일게이트RPG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에 손배소 및 매매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가는 100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CB 발행 창구였기 때문에 법적으로 원고가 돼야 하나 실제론 이번 사건에 어떤 이해관계도 없다.

앞서 지난 2017년 스마일게이트RPG는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고 라이노스운용이 펀드를 통해 이를 사들였다. 만기는 작년 12월 20일까지였다. 그중 30%는 스마일게이트RPG가 2019년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했으며, 나머지 70%는 작년 11월 20일 주식 전환 기한이 만료돼 CB로 남아있는 상태다.

당시 양측이 합의한 투자 조건은 “CB 만기 직전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일 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라이노스는 2022년 스마일게이트RPG가 12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다고 판단해 상장을 요구했으며, 스마일게이트RPG는 계약대로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증권선물위원회에 지정감사인 지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정감사인의 감사 결과 스마일게이트RPG는 2022 회계연도에 142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CB 투자 계약 당시 양측이 합의한 상장 추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영업이익은 3641억원 발생했지만, 국제회계기준(IFRS)상 CB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나며 당기순손실로 계상됐다.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 평가손실에 그친다.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는 일반 회계기업 기준이 아닌 IFRS를 적용해야 한다.

라이노스 측은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건 사실이지만 이는 회계상의 문제일 뿐 상장 추진을 못할 만한 이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자회사다. 상장 추진을 위해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상장을 유예하고 있는 상황이다.

IB 업계에서는 스마일게이트RPG가 반드시 상장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내외 경기 요건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유동성 경색, 증시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스마일게이트RPG의 실적이 지난해에도 대폭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상장 동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