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한 다음 날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스팩 투자 광풍을 일으켰던 ‘삼성스팩4호’가 상장 폐지 위기에 봉착했다. 합병 대상 기업을 찾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다. 한때 1만2000원을 넘보던 주가는 2000원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청산 절차를 밟으면 당연히 고점에 잡은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스팩 투자에 유의하라’고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이나 경고한 상황이다.

그래픽=정서희

11일 삼성스팩4호는 20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고점(1만1100원) 대비 81.58% 급락한 수준이다.

스팩이란 타 법인과의 합병이 유일한 사업 목적인 페이퍼 컴퍼니다.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현금성 자산만을 보유한 회사라 합병 전 주가는 공모가를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다. 스팩의 공모가는 대개 2000원이다.

스팩은 상장한 후 3년 이내에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삼성스팩4호는 2021년 5월 상장해 존립 기한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존립 기한 만기 6개월 전에 스팩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스팩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지난달 14일 삼성스팩4호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받았다.

관리종목이란 투자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때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것으로 증거금률(거래대금에 대한 보증금의 비율) 100%가 적용된다. 미수거래가 막힌다는 뜻이다. 우량한 종목의 증거금률은 20%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1개월 안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 폐지 기준에 해당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스팩의 사이즈(시가총액)와 맞는 기업을 찾아야 하는데 이 조건 등이 맞지 않으면 합병할 기업을 못 찾는 경우가 있다”며 “적합한 기업을 찾고 있으나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팩의 개요/금융감독원 제공

스팩이 상장 폐지된다고 해서 주식처럼 투자금 전액을 날리는 건 아니다. 스팩은 투자금의 일정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 스팩은 주식 발행으로 모은 자금의 90% 이상을 한국증권금융(증금) 등에 예치한다.

스팩이 상폐되면 증금 등에 예치된 금액과 소정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주권보유비율에 따라 돌려받는데,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투자했다면 손실을 볼 수 있다. 삼성스팩4호가 최고점이었던 2021년 6월(1만1100원)에 투자해 상폐 후 공모가인 2000원을 돌려받는다고 가정하면 투자 손실률은 81.92%에 달한다.

올해만 해도 IBK제13호스팩, 미래에셋대우스팩5호, DB금융스팩8호 등이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하고 상폐됐는데, 그런데도 스팩 투자 열기는 매번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새로 상장한 교보14호스팩은 첫날 240.50% 급등했고, 이에 금융당국이 다시 한번 경고에 나섰다.

금감원은 스팩의 내재 가치에 비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 투자자가 현혹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올해 3월과 7월에도 스팩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이달 들어서도 스팩 상장 기업이 몸값을 뻥튀기해 상장한다며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스팩이 합병에 성공한다고 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스팩이 다른 법인과 합병할 때 통상 스팩의 합병가액은 공모가 수준만 인정된다. 높은 가격에 스팩을 산 주주는 낮은 합병비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스팩의 설립과 경영, 합병 등 사무 전반을 주도하는 증권사는 스팩으로부터 건당 3억원 또는 공모금액의 3%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스팩의 기업공개(IPO) 시점에 인수 수수료의 절반을, 나머지 절반은 합병 성공 시 받는다. 합병 성공 조건부 수수료가 있다 보니 증권사는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단 합병 성공을 우선할 우려가 있다.

금감원은 “합병가액 산출 근거, 합병 자문인의 과거 자문 내역 등을 합병신고서를 통해 꼼꼼히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