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자기주도적’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단순히 ‘대세’를 따라 움직이지 않고,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바탕으로 적극적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개인투자자 매수 상위에는 지수추종형 ETF만 가득했는데, 최근엔 인버스형·테마형·채권형·배당형 등 다양한 상품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ETF시장 순자산총액 100조원 돌파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이병성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뒷줄 왼쪽부터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홍융기 KB자산운용 전무./한국거래소 제공

8일 코스콤의 투자분석 정보 플랫폼 ‘ETF 체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전날까지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ETF 상위 종목에는 서로 차별화한 특성과 구조를 지닌 상품이 산재했다. 상이한 시각을 지닌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전략을 활용해 투자하면서 다양한 상품에 매수세가 퍼진 것이다.

이를테면 현재 주가지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경우 매수 상위 1위인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와 10위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해 증시를 주도한 이차전지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본 투자자들은 ‘TIGER 2차전지소재Fn’(매수 상위 2위), ‘SOL 2차전지소부장Fn’(6위)를 사들였다.

박스권 증시에서 원금 손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3위),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17위),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18위),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19위) 등 배당형 ETF로 몰려갔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4위),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5위)’,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7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매수했다.

개인투자자 매수 상위에 완전히 서로 다른 종목 다수가 관찰되는 것은 올해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은 지수추종형 상품이다. ‘KODEX 레버리지’(1위),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3위), ‘TIGER 미국S&P500′(4위) ‘TIGER 미국나스닥100′(6위), ‘KODEX200′(7위), ‘KODEX미국S&P500TR’(10위) 등이다. 나머지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5위),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8위) 등 테마형 ETF가 채웠다.

일러스트=손민균

ETF 투자의 다변화는 여러 경제 상황에 대해 투자자가 직접 해석하고 전망하면서,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직접 투자 성향이 강해지면서 간접투자 방식의 공모펀드보다 ETF에 자금이 몰렸다. 상반기에만 20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면서 올해 7월에는 국내 ETF 순자산총액(AUM)이 10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2002년 첫 ETF가 출시된 지 약 20년 만의 성과다. 업계에서는 2025년 전에 AUM 규모가 2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성훈 한화투자운용 ETF 본부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조금 더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자 상품을 직접 선정하고 있다”면서 “상반기는 방산, 이후는 이차전지 등 다양한 테마형 ETF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고, 한 테마 안에서도 세분된 기준에 따라 여러 종목을 선별한 ETF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채권형 ETF 상품이 많지 않았지만, 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만기, 금리 등을 다양화하면서 채권형 ETF 라인업도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운용사들은 각종 ‘국내 최초 ETF’를 선보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일본 증시 내 소부장 기업만 추려 집중 투자한다. 한화자산운용을 올 초부터 ‘ARIRANG K방산’ ETF,’ ARIRANG 태양광&ESS’ ETF, ‘ARIRANG 미국테크10레버리지’ ETF 등을 연이어서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달고 출시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6월 미국 기업 중 50년 이상 배당이 꾸준히 늘었던 기업에만 투자하는 ‘KBSTAR 미국S&P배당킹’ ETF를 내놨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달 내 미국 7대 빅테크 기업(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 하락에 베팅하는 ‘ACE미국빅테크TOP7 Plus인버스 ETF’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