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 이차전지 주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투자자 예탁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확산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에 몰린 것이다. 포모 증후군이란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될 것을 두려워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러스트=손민균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7일 기준 58조19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1일(58조7300억원)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말 51조8000억원이던 투자자 예탁금은 한 달 새 6조원 넘게 급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일종의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띤다.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거래대금도 대폭 늘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합산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7조300억원으로 6월(19조1000억원)보다 41%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27조원을 넘은 것은 2021년 8월(27조4530억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 26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일평균 거래대금은 62조8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2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거래 대금도 역대 3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은 에코프로(086520)가 장중 153만900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20만원으로 내려앉는 등 하루 만에 주가가 30% 가까이 등락하며 증시가 요동친 날이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급증했다. 이달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1000억원으로, 지난달 말(19조4000억원)에서 한 달 만에 7000억원 가량 늘었다.

지난 4월 말 소시에떼제네랄(SG)증권 발 차액결제거래(CFD) 매도 사태로 반대매매 공포가 확산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지난 5월 시장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820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9조5000억원대까지 줄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증시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투자자들 사이 위험선호 심리가 확산했고, 이에 빚투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차전지 쏠림 현상이 끝나갈 것이라면서,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승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을 선도하는 주도주와 업종 쏠림은 늘 있었지만, 지난 7월의 흐름은 극단적이었다”면서 “지금은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체력)보다 투자자들의 심리와 프로그램 수급 영향력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성장에 대한 기대로 많이 오른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은 더 높아질 것이며, 신중한 종목 선택과 매매 시점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