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오귀환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탈(VC) 스톰벤처스를 창업해 운용하는 남태희 대표는 지난 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본인의 ‘뿌리’ 때문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남 대표는 5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하버드대 응용수학 학사를 졸업하고, 시카고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벤처기업 투자전문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남 대표는 “변호사로 지내면서 IT기업을 포함한 약 1000개사 투자에 관여했고, 2000년 스톰벤처스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끄는 스톰벤처스는 주로 기업간거래(B2B) 중심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연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스톰벤처스의 총운용자산(AUM)은 12억달러(1조5500억원)에 달한다.

스톰벤처스는 자산의 절반은 미국 외 지역에 투자한다. 12개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포함해 여러 성공한 기업들의 초기 투자에 참여했다. 지난 2007년엔 국내 게임사 컴투스(078340)에 투자했는데, 코스닥 상장 후에도 투자를 계속해 2013년에는 약 1100%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엔 게임사 해긴에 투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인재검증 플랫폼 스펙터, 에듀테크 기업 클라썸 등의 주요 투자사다.

올해 스톰벤처스가 점찍은 곳은 SaaS 기업이다. 첫 투자사로는 ab180을 골랐다. ab180은 SaaS 솔루션인 ‘에어브릿지’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광고 성과를 분석한다.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채널이 가장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SaaS란 패키지 형태로 제공되던 컴퓨터 소프트웨어(SW)를 클라우드를 활용해 구독형으로 전환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스톰벤처스는 SaaS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 김민주 심사역도 합류했다. 남 대표는 “과거에는 SaaS 분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미국 SaaS 기업에 투자했던 전략에 맞춰 한국 SaaS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SaaS 기업 외에도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을 투자처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챗GPT를 시작으로 AI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 대표는 “과거 모자이크 웹 브라우저가 나오면서 인터넷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일반 사람들에게 AI를 경험시켜 준 챗GPT가 모자이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의 미래를 믿는 투자자라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대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결국 서비스가 승리한다. 엔비디아가 급등했지만, 그들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이다”라며 “인프라가 구축되고 나면 서비스가 중요한 만큼 구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오랜 기간 스타트업 업계에 몸담았던 남 대표는 본인과 같은 고민을 했던 이들을 위한 책을 펴냈다. 남 대표는 “출간을 앞둔 ‘생존을 넘어 번창으로’ 속편은 고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위한 책”이라며 “스타트업은 단계마다 속성이 달라지는데 책을 보면 각 단계에서 벌어질 일과 대비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