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추구하는 건 집착에 가까운 리서치예요. 깊이와 넓이, 무엇 하나에만 매달리다 다른 걸 놓치는 건 안 되죠.”

서울대학교 대표 투자 동아리 스누밸류의 회장 김의서(21·인문학부)군은 최근 서울 중구 조선비즈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업을 분석할 때 깊이와 넓이 모두 챙겨야 한다는 뜻에서다.

지난달 30일 서울대학교 대표 투자 동아리 스누밸류의 회장 김의서(21·인문학부)군이 서울 중구 조선비즈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정해용 기자

스누밸류는 2008년 주식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시작된 투자 동아리로, 올해로 16년째 운영 중이다. 현재 활동 회원은 20명 내외다. 이름처럼 ‘가치 투자’를 추구하는 모임으로,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세우는 걸 목표로 한다. 에스엠에 대한 행동주의를 펼쳐 유명세를 탄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와 정용우 레인메이커자산운용 대표, 권구철 딥다이브파트너스 대표 등이 대표적인 스누밸류 출신이다. 강성부 KCGI 대표,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등이 있는 스믹과 함께 스누밸류는 서울대 양대 투자 동아리로 불린다.

이날 김군은 “리서치 깊이의 중요성은 많이 강조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넓이”라며 “인지의 범위가 넓지 않으면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를 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군은 기업의 투자 가치를 들여다볼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숫자라고 강조한다. 실적은 물론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해당 산업군의 평균적인 수치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야 분석 대상 기업이 고평가됐는지, 혹은 저평가됐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누밸류가 신입 회원을 대상으로 ‘숫자와 친해지기’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누밸류는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데 ▲1학기 정규 세션 ▲방학 세션 ▲2학기 정규 세션으로 나뉜다. 각 정규 세션 때는 1인당 3개의 기업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다. 학교 수업이 없는 방학 때는 기업 스케치(기업 분석 보고서보다 얕은 수준의 리포트) 60개, 기업 분석 보고서 4개, 산업 분석 보고서 4개를 작성해야 한다. 모두 쉬는 방학 때 스누밸류는 더 타이트하게 굴러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학교 수업보다 동아리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려면 최소한 주당 30시간은 써야 한다”며 “(회원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학점은 포기하라고 한다”고 했다. 동아리 활동이지만 얻어가는 건 학교 수업 못지않다.

김군은 “스케치를 많이 하는 이유는 기업의 숫자와 친해지기 위해서”라며 “밸류에이션에 대한 감은 최대한 많은 기업을 보고 숫자에 익숙해져야 터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 구조, 성장률, 산업 등을 보고 해당 기업에 어느 수준의 프리미엄 값을 적용하면 되는지 감을 잡는 데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케치 대상 기업은 주로 시가총액이 작은 곳이다. 동아리 지도부가 분석 기업을 회원에게 배정하는데, 이때 지도부는 코스피, 코스닥 할 것 없이 상장사를 시총으로 줄 세운 뒤 하위권 상장사부터 회원에게 배분한다. 이들이 스몰캡을 위주로 하는 이유는 시장이 발견하지 못한 기업을 찾기 위해서다.

비선호 기업이어도 할당받은 기업은 리포트를 써야 한다. 회원 자신이 선호하는 업종만 공부하는 현상을 막고 폭넓은 시야를 키우기 위해서다. 김군은 “그래서 신입 회원 동아리 면접을 볼 때 ‘싫어하는 산업을 분석하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한다”며 “(스케치 작성은) 최대한 많은 섹터를 보면서 인풋을 늘리는 과정”이라고 부연했다. 기업 분석 보고서를 쓸 기업은 회원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스누밸류에서 작성된 리포트가 외부로 공개되는 건 극소수다. 지난해 작성된 리포트 중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외부로 공개된 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교촌치킨·BBQ·BHC를 비교한 리포트와 미국 농기계업체 디어 리포트 등 단 2건이다.

김군은 리포트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외부 공개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면 종목의 긍정적인 점을 부각해 셀 사이드(Sell side, 종목 판매)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 예로 김군은 “(기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보면 종목을 판매하려는 측면에서 리스크를 감추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밸류에이션을 내놓을 때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스누밸류는 (해당 기업의) 리스크를 크게 조명하고 밸류에이션 측정도 보수적으로 한다”며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 즉 바이 사이드(Buy side)의 입장에서 리포트를 작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열리는 세션에서 회원들은 본인의 리포트를 발표하고, 서로의 리포트에 대해 피드백하며 논리 구조를 갖춘다.

스누밸류의 리포트 작성 외 또 다른 한 축은 펀드다. 2010년대에 조성된 펀드는 회원 투표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특정 종목의 편입 여부가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 매 학기 기업 발표 후 펀드 매니저에게 어떤 종목을 언제 살지 건의한 후 투표가 이뤄진다. 이때 편입 종목은 회원들이 리포트를 쓴 종목을 토대로 결정된다.

김군은 “현재 펀드에는 4~5개 종목이 담겨 있는데 대형주는 아니다”라며 “정확한 수익률을 공개할 순 없지만 현재 시장 지수보다 높다”고 말했다. 인터뷰 날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15.61% 상승했다.

스누밸류 회칙에 명시된 목적은 구성원의 올바른 투자관 확립이다. 김 군은 스누밸류 투자 10원칙 중 하나를 설명하면서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활용하는 가치 투자의 원칙을 고수한다”며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은 없고, 싼 기업과 비싼 기업만 있어 모든 리서치는 철저하게 가격과의 관계를 고려해 작성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