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지부진했던 엔터주가 반등하고 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YG)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90% 폭등했고 JYP Ent.(035900)(JYP)와 하이브(352820)도 최근 52주 최고가를 기록하며 상승 추세를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터업종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놓으면서도 엔터산업 특성상 어느 기업이 가장 좋은 수익률을 안겨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의 아이돌이라는 의미)’인 피프티 피프티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의 상위권에 랭크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시장이 커지는 것은 맞으나 어느 기업이 가장 좋은 성적을 내기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ETF는 아티스트 사생활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단일 엔터주의 단점을 상쇄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YG는 89.59% 급등했다. 지난해 말 4만3000원 수준에서 등락하던 주가는 현재 9만원을 웃돌고 있다. 올해 한때는 9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같은 기간 JYP와 하이브는 각각 87.95%, 56.34% 올랐고, 에스엠(041510)도 33.64% 상승했다. 이들 종목의 주가 수익률은 해당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6.95%)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래픽=정서희

1분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엔터사 실적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지식재산권(IP) 부분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보이그룹 ‘세븐틴’이 발매한 앨범의 초동 판매량은 455만장으로 케이팝(K-POP)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주 실적 성장의 핵심은 지식재산권(IP)인데, IP 실적은 글로벌 팬덤 확대로 이미 높아진 엔터사들의 기대치를 계속 뛰어넘고 있다”면서 “이는 엔터주의 영업이익을 계속 상향시켜 주는 대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엔터 기업들의 목표 주가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이브에 대해 보고서를 낸 13개의 증권사 가운데 12곳이 목표 주가를 일제히 올렸다. 다른 곳들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에스엠 목표 주가를 각각 11만5000원, 12만원으로 높였고,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JYP엔터 목표가를 각각 15만원, 15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엔터주가 고공행진하자, 엔터 관련 ETF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해당 기간 NH-Amundi(엔에이치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POP&미디어’는 34.8% 급등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K컬처액티브’는 32.38%,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디어컨텐츠’는 15.82% 상승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디어&엔터테이먼트’는 10.45% 올랐다.

단일 엔터주와 비교하면 엔터 ETF의 주가 상승률은 낮은 편이지만, 종목이 분산투자되어 있어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이슈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일에도 엑소 멤버인 백현·시우민·첸의 탈퇴 소식이 전해지자 에스엠 주가가 하루 동안 7.2% 빠졌다. 지난해에도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특례 여론 조사 소식에 하이브의 주가가 6.76% 뛰었다가 하루 만에 8.26% 급락한 적이 있다. 2019년에는 비아이의 마약 혐의로 와이지 주가가 사흘 동안 11% 하락했다. 지난 2016년에는 쯔위가 대만 국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중국 네티즌의 공분을 사 6거래일 동안 JYP 주가가 13.03% 급락하기도 했다.

다만 이름이 엔터 ETF라도 구성 종목과 비중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로 나올 수 있어 선별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HANARO Fn K-POP&미디어’는 구성 비중의 70%가 4대 엔터사다. 올해 엔터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해당 ETF도 엔터주 강세 흐름을 탄 것으로 해석된다.

두 번째로 수익률이 좋은 ‘TIMEFOLIO K컬처액티브’는 JYP·와이지·하이브를 합산한 비중이 전체 ETF의 27.57%다. 경영권 분쟁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에스엠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가가 강세를 보인 이유는 올해 주가가 100% 상승한 메디톡스(086900) 등 제약·바이오주, K뷰티주를 포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낮은 수익률을 보인 KODEX 미디어&엔터테이먼트는 엔터주 가운데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와이지를 편입하지 않았다. 또 KODEX 미디어&엔터테이먼트는 나머지 세 ETF와 달리 엔터주가 아닌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체 비중 35%를 차지한다. 올해 네이버(15.21%)와 카카오(7.53%)의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코스피지수(16.95%)의 상승폭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해당 종목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JYP·에스엠의 합산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TF 앞에 붙은 이름만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ETF를 고를 때에는 구성 종목과 구성 비중을 잘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