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골프장 운영 사업자인 골프존카운티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상장 추진 당시 거론됐던 몸값 2조원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골프 산업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난해부터 이어진 M&A 시장 자금난이 계속되고 있는 영향이다.

그래픽=정서희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골프존카운티 매각에 착수했다. 기업공개(IPO) 주관을 맡았던 모건스탠리가 주요 원매자를 중심으로 인수 의사를 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존카운티는 지난해 8월 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지만, 올해 초 상장을 포기했다. IPO 시장 침체로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IPO 추진 당시 골프존카운티의 몸값은 2조원가량으로 거론됐지만, 현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골프존카운티의 기업가치를 최대 1조70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골프존카운티는 매년 실적 성장을 이어갔지만, 성장률은 급격히 줄었다. MBK가 투자한 2018년부터 다음 해까지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101%, 240% 성장했지만,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5%, 21% 상승하는 수준에 그쳤다.

성장률이 둔화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성황을 이뤘던 골프 산업이 정점에 다다랐단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홀 이상 514개 골프장 이용객이 5058만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해(5056만명)보다 늘었지만, 2019년 이용객 수(4170만명)를 보면 성장세가 주춤한 것이 드러났다.

이런 우려에 ‘골프존 3형제’의 주가도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골프존데카가 63% 하락했고, 골프존뉴딘홀딩스(121440)골프존(215000)도 같은 기간 각각 40%, 30% 떨어졌다. 골프존뉴딘홀딩스는 지주회사로 골프존카운티와 골프존 지분을 각각 43.16%, 20.26% 갖고 있고, 골프존은 골프존데카를 73.63% 보유하고 있다. 골프존뉴딘홀딩스는 골프존카운티의 2대 주주다.

국내 골프장 운영 1호 상장사인 남화산업(111710)의 실적도 하락세다. 남화산업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1억841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7% 줄었다. 영업이익은 15억4706만원으로 같은 기간 46.99% 감소했다. 남화산업은 골프존카운티 상장 추진 당시 공모가 산정을 위한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남화산업은 무안컨트리클럽을 운영하며 골프장 총 54홀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자금난이 여전히 지속되는 점도 MBK 측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M&A 시장에 온기가 돈다고는 하지만, 자금 여력이 조금 나아진 수준이고 여전히 자금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통계로 봐도 예전만큼 회복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골프 산업 성장을 이끌었던 MZ세대들의 유입이 끊기며 골프 인구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자금난도 여전한 상황에서 인수 후보들이 2조원이라는 몸값을 지불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M&A 시장 매각가액은 인수 희망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만큼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써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PEF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골프존카운티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1700억원데 달하는데, EBITDA에 10~15의 배수를 적용하면 기업가치가 비싼 수준은 아니다”며 “향후 골프 업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는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골프인프라투자를 통해 골프존카운티 보통주 54.83%와 전환우선주 3.54%를 보유 중이다. 전환우선주 1주당 보통주 10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하면, 전환 시 MBK 지분율은 70%대로 늘어난다. 2대주주 골프존뉴딘홀딩스 지분은 기존 41.63%에서 30%까지 조정된다. 전환우선주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우선주 유형의 증권이다.

골프존카운티는 전국에 18개 골프장을 운영해 국내 1위 사업자에 올라있다. MBK는 지난 2018년 골프존카운티에 1140억원을 투자해 지분 50%를 확보했다. 이후 네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2880억원을 투입했다.

앞서 MBK는 일본 골프체인인 아코디아골프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2017년 8000억원대 후반에 인수한 뒤 2021년 11월 포트리스그룹에 4조4000억원에 매각하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