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미르(408900) 상장을 주관한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통해서도 상당한 투자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튜디오미르가 상장하기 전 발행한 RCPS를 인수해 보통주로 전환했는데, 상장 이후 주가가 큰 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튜디오미르 외에도 다양한 기업 RCPS에 투자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의 장점을 모두 갖춘 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원할 경우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언제든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우선주다. 시중 유동성이 경색되는 환경에서 스타트업들이 RCPS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났는데, 증권사 중에서는 특히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지난해 RCPS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탈(VC) 신규 투자 중 우선주 비중이 71.9%로 가장 많았다. 우선주를 통한 신규투자는 대부분 RCPS 발행이다. 전년(73.4%)과 비교하면 비중이 소폭 줄었지만, RCPS를 통한 투자 유치는 증가하는 추세다.

그래픽=손민균

증권사 중에는 미래에셋증권이 RCPS 투자에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몇 년 동안 스타트업의 RCPS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2019년 스튜디오미르와 이앤에스헬스케어가 발행한 RCPS에 투자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트위니와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하는 바이오 업체 지투지바이오가 발행한 RCPS를 각각 10억원씩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가상현실(VR) 솔루션 개발업체 비햅틱스가 발행하는 RCPS 15억원어치를 인수했고, 인테리어플랫폼 버킷플레이스 RCPS에도 33억원을 투자했다. 이 밖에도 인플루언서 커머스 플랫폼인 트리즈커머스와 윙잇, 로즈랩의 RCPS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비상장사에는 보통주보다 우선주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투자를 집행하는 쪽과 자금을 유치하는 쪽의 수요가 맞물려 CPS, RCPS 투자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PS는 전환우선주로, 보통주로만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상장한 스튜디오미르 투자건으로 상당한 수익이 기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스튜디오미르가 발행한 RCPS 1230주를 1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 스튜디오미르의 액면분할(50대 1)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RCPS 전부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이 현재 보유한 스튜디오미르 보통주는 6만1500주로 늘었다.

스튜디오미르는 지난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는데,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 형성된 후 상한가)에 성공했고,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공모가(1만9500원)를 크게 웃도는 4만원대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미르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증권도 상당한 평가 수익을 얻게 됐다.

RCPS는 투자금을 채권처럼 상환(Redeemable)받을 수 있고, 원하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Convertible)할 수 있는 데다, 배당과 잔여 재산 분배에서 우선권(Preference)을 갖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안전장치인 동시에 기대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인 셈이다.

거꾸로 말하면 투자금을 확보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수단인 동시에 채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타트업의 ‘족쇄’가 된다고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RCPS는 벤처캐피탈의 본질인 ‘위험 부담’이 상당히 낮은 방식의 자본 조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