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와 토스 투자에 성공한 한화투자증권(003530)이 핀테크 기업 차이코퍼레이션의 싱가포르 법인이자 지주사인 차이페이홀딩컴퍼니에 투자했다가 상당액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가상자산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테라 공동 창업자이자 차이코퍼레이션 창업자인 신현성 차이페이홀딩스컴퍼니 대표가 구속 기로에 놓인 가운데 회사 재무 상태도 자본잠식에 빠진 탓이다. 차이코퍼레이션은 사실상 영업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루나 코인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립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12월 차이페이홀딩컴퍼니에 대한 투자를 주도했다. 당시 전체 투자 규모는 700억원으로 SK네트웍스(001740)와 소프트뱅크벤처스, 아든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다수의 벤처캐피털(VC)도 함께 참여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은 티몬 창업자인 신 전 대표가 2018년 9월 설립한 전자결제 서비스 관련 핀테크 기업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CHAI)’를 통해 10% 이상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회원을 끌어모았다. 서비스 초기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차이코퍼레이션의 설립 이후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중 차이코퍼레이션 투자에 참여한 곳은 한화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직접 투자를 주도할 정도로 투자에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금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한화투자증권이 거래를 주도한 만큼 전체 투자금 700억 중 상당 부분을 부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승영 한화투자증권 VC1센터 센터장은 투자 당시 “차이는 간편결제와 차이카드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고, 소비자와 접점을 키워나가면서 기업 간 거래(B2B) 사업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투자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인터넷 은행 토스뱅크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투자를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모험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초 토스뱅크 지분 10%를 확보했고, 지난 2021년 초에는 두나무 지분 5.97%를 사들여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기업가치가 급등해 적지 않은 지분 차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 제공

차이코퍼레이션은 신현성 전 대표의 법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신 전 대표가 구속될 경우 차이코퍼레이션 역시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 전 대표는 차이코퍼레이션의 지주사인 차이페이홀딩스컴퍼니 대표로 있다.

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시작돼 이르면 오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 27일 금융투자상품 투자사기(자본시장법 사기적부정거래 및 특경법사기) 혐의, 특정금융거래정보의배임증재 및 업무상배임 등을 추가해 신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2020년 3월 테라·루나 코인을 차이결제시스템에 탑재하겠다고 홍보해 약 1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업 시작 전 발행한 루나를 보유하고 있다 가격이 폭등하자 매도해 14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차이코퍼레이션이 보유한 고객정보와 자금을 이용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도 함께 받는다.

현재 차이코퍼레이션의 재무 상태는 부분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2021년 말 기준 차이코퍼레이션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차이코퍼레이션의 자본총계는 30억원이지만, 자본금(213억원)보다 적다. 차이 서비스 안에서 일종의 할인 쿠폰 역할을 하며 핵심 서비스로 불리던 번개 지급 역시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중단됐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직 내 신기술사업부가 펀드 조성을 통해 투자한 만큼 전액 손실이 나더라도 한화투자증권에서 모두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 직접 피해보는 것은 없다”며 “아직 차이코퍼레이션 투자금을 감액 처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