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중소형 증권사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다올투자증권(030210)과 BN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와중에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을 확대한 담당 임원들은 수십억원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익률을 좇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회사는 위기에 처했지만, 당장 높은 수익을 올렸다면서 담당자들은 ‘돈 잔치’를 벌인 셈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런 단기적인 성과 보상 시스템이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한 다올투자증권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인사는 이원병 전 IB사업 3본부장(상무)이다. 지난해 총 29억4000만원을 받았다. 퇴직금인 1억6700만원을 제외한 급여·성과급(28억원)만도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받은 연봉(18억1000만원)보다 많았다. 지금은 메리츠증권으로 옮긴 이원병 전 본부장은 다올투자증권에서 부동산 PF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인물이다.

다올투자증권 본사 모습./다올투자증권 제공

BNK투자증권에서 지난해 가장 연봉이 높았던 인물도 부동산 PF를 담당한 임원인 부동산투자본부장이다. 안재우 부동산투자본부장(상무)은 지난해 총 32억5100만원을 받았는데, 이 중 30억7700만원이 영업 성과급이었다. BNK투자증권은 영업부서에서 발생한 수익에서 비용을 제한 후 계약 당시 정한 실적연동 성과급(psr)을 산출한 뒤 기여도에 따라 배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아직 사업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진영 투자금융총괄 사장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영 사장은 상반기 보수로만 36억3600만원을 받았다.

다올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은 국내 신용평가사가 부동산 PF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꼽는 증권사들이다.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자기 자본 대비 부동산 개발사업 익스포저(브릿지론·본 PF)가 각각 85%, 85%에 이르고, BNK투자증권도 63%에 달한다. 특히 이들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적은 데다, 리스크가 큰 만큼 수익성이 높은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60~70% 수준으로 높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들 증권사가 “유동성 장세에서 투자 위험을 과도하게 떠안은 채 자금을 운용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넘어 급격한 부실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회사를 부실 위험에 빠지게 한 장본인인 부동산 PF 담당 임원과 책임자들은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 때문에 높은 리스크를 지고서라도 당장 고수익을 얻어야 고액 연봉을 받는 보상 시스템이 중소형 증권사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높은 리스크를 부담한다고 해도 실제로 부실이 발생하는 것은 몇 년 뒤의 일”이라며 “당장 수익을 높이면 내 연봉이 올라가기 때문에 담당자는 기꺼이 리스크를 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직이 잦은 증권업계의 특성상 실제로 부실이 발생한 이후에는 해당 부실을 유발한 담당자가 그 자리에 계속 근무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요소들이 동시에 작용하면 투자 위험은 회사와 다른 직원들이 분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