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家) 벤처캐피탈(VC)로 잘 알려진 벤처 명가 LB인베스트먼트(LB)가 오는 29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LB는 1996년 LG전자(066570), LG전선(현 LS전선) 출자로 설립된 LG창업투자 후신으로 지난 2008년 계열분리되면서 LB인베스트먼트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LB는 하이브(352820), 펄어비스(263750), 카카오게임즈(293490), 무신사, 컬리, 직방, 크래프톤(259960)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을 길러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다수 키워낸 LB는 잠재 유니콘도 1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사모 시장에서는 2500억~9000억원 수준이다. 또 27년간 펀드를 운용하면서 규약 위반이 없었을 정도로 철저한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LB 중심에는 박기호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이번 상장을 앞두고 여의도 곳곳을 돌며 기관 투자자들을 만났다. 덕분에 LB는 지난 13~14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2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최종 공모가도 희망 밴드 최상단인 5100원으로 확정됐다. 일반 투자자 청약은 오는 20~21일 이틀간 진행된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대치동 LB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자체 출자금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고, 주주와 그 과실을 나눠 갖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범 LG그룹 벤처캐피탈(VC)인 LB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 강남구 LB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박기호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그간 실적과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상장 VC의 호실적이 주가로 이어지지 못했다. 원인을 어떻게 보고 LB는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VC 실적 변동성이 컸기 때문으로 본다. VC들이 상장한 지는 오래됐지만, 안정적인 실적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여주면 시장에서도 VC에 대한 평가가 개선될 것이다. LB는 그런 목표를 실현할 요소들을 갖고 있다. 연기금과 금융기관으로부터 확보한 1조2000억원 규모 벤처 펀드로 안정적인 관리 보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운용 펀드들의 총 내부 수익률(Gross IRR)을 30%대로 유지하면서 성과 보수로도 추가 이익을 내 실적을 꾸준히 낼 수 있다.”

주주환원에 대한 계획은.

“상장 이유 중 하나가 자체 출자금을 늘리기 위함이다. 벤처 펀드를 구성하면 VC도 자금을 출자한다. 1조 이상의 지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출자 비율은 6%다. 이 부분을 15%까지 늘리려 한다. 위험도 커지지만, 성공 시 회사 이익도 늘어난다. 미래를 위한 투자뿐 아니라 배당 여력도 키울 수 있다. 펀드 규모도 키워서 이익을 극대화해 그 과실을 주주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최대주주가 8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데 그 주식은 30개월 동안 묶인다. 주가로 인한 시세차익보단 배당금 지급이 최대주주에게도 유리하다는 뜻이다. 다른 VC들 평균 이상으로 배당할 방침이다.”

상장 과정에서 범LG그룹임을 강조했는데 장단점을 꼽아보자면.

“장점은 LG그룹의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다. 검증된 브랜드 파워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협력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다. 해외 투자할 때 뿌리가 LG라는 점에서 신뢰를 얻는다. 단점은 딱히 없다. 포트폴리오 중 삼성과 연관된 것도 많다. 유망한 기업이라면 초기부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게 삼성과 유관한 회사일 수도 있지만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 LG그룹 이름을 달았으니 그로 인한 책임감은 느끼고 있다.”

LB그룹은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촌동생 구본천 수석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 LB자산운용을 포함한 금융사, 반도체 회사 LB세미콘·LB루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 VC로 도약을 꿈꾼다고 했는데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면.

“이르면 올해는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서 허브가 되고 있다. 또 내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사무소도 계획 중이다. 투자를 위해 현지 채용을 진행하고, 본사 심사역도 파견할 계획이다.”

그간 잘했어도 앞으로 못할 수 있는 게 투자의 세계다. 우수한 성과를 유지할 것임을 보장할 만한 요소는 무엇인가.

“그간의 성과가 아닌, 이를 통해 얻은 경험치를 봐달라. 547개 기업을 투자해 111개를 안정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마쳤다. 그 경험치가 쌓여 있다. 또 LB는 항상 선도적으로 유망한 분야를 미리 찾아간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해당 기업을 충분히 투자하고 해당 기업이 유니콘까지 가는 데 최선을 다하는 파트너다. 이러한 브랜드 가치가 좋은 기업들이 LB를 찾아오게 하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LB에서 투자받으면 그 기업은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다. 충분한 재원을 뒷받침해주는 기관투자자(LP) 역시 보유하고 있다.”

범 LG그룹 벤처캐피탈(VC)인 LB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 강남구 LB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박기호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증권가에서는 VC 때문에 장외기업 가치에 거품이 낀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나.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증권가에서는 주로 보면 숫자와 실적을 보고, VC는 비전과 잠재력을 본다. 어디에 가중치를 두고 판단할 것이냐를 두고 두 업계 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현재 포트폴리오 중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이 있다면.

“주식 시장에서 관심을 갖는 2차전지나, 인공지능(AI), 로봇 관련 산업들은 초기 단계에 투자해 계속 성장 중이다. 가까운 미래에 투자자들에게 다가갈 회사로는 무신사가 있다. 무신사는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초기에 117억을 투자했기에 큰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또 리브스메드라는 의료기기 스타트업과 폭발 위험 없는 ESS 배터리를 만드는 스탠다드에너지에도 투자했다. 두 기업은 최근 투자에서 각각 기업가치 5000억원과 7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조만간에 유니콘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기관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대중의 관심은 떨어지지만 LB가 중요하게 보는 산업이나 기업이 있는지.

“한국 유니콘 기업들은 이전에는 주로 플랫폼이나 이커머스 분야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파두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나 몰로코 같은 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북미에서 가장 유니콘이 많은 분야는 기업간거래(B2B)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분야다. 또 디지털 헬스케어, 무인 자동화 기술, 로봇, 드론, K-콘텐츠 분야 등에서도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콘텐츠 분야는 하이브처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로봇과 드론 등 무인화 분야도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약을 고민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VC 투자는 단기 투자가 아니라 장기 투자다. VC 주식을 고를 때는 그 VC가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어떤 과정을 겪어왔는지를 봐달라. VC는 당해연도에 당장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없다. 올해 투자해도 기업 성장은 몇 년 뒤에 나온다. 그러니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VC도 안정화됨과 동시에 시장을 주도하며 주주들에게도 충분한 이익을 돌려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