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넷마블(251270)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적자 전환을 한 데다 2대 주주인 CJ ENM(035760)이 대량으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CJ ENM이 전략적 투자자(SI)인 중국 텐센트에 지분을 넘길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최대주주인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과 3대 주주인 텐센트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CJ ENM이 지분 일부를 넘기면 최대주주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넷마블에 대한 공매도 비중도 20%를 넘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파는 투자법으로 공매도 비중이 높다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6일 열린 NTP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넷마블 제공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넷마블이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적자 전환을 밝힌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넷마블의 공매도 비중은 21.5%에 달했다. 전체 거래량 331만7799주 중 71만3910주가 공매도였다. 넷마블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4번째로 높은 종목이다. 앞서 지난 9일 넷마블은 지난해 4분기(10~12월)에 198억원의 영업손실을, 연간으로는 10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8170억원이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게임주가 전반적으로 주가 상승에 대한 모멘텀이 없고 이런 상황에서 적자 전환까지 공개하면서 넷마블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게 공매도 비중을 높인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넷마블이 상당 기간 적자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1~3월) 매출액이 전분기보다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게임들의 사업 활동 비수기와 신작 부재로 인한 부진한 실적을 전망한다”고 했다. 현대차증권도 올해 3분기에야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손민균

악화한 실적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더 주목하는 부분은 2대 주주인 CJ ENM의 행보다. CJ ENM은 넷마블의 최대주주인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2072만9472주‧24.12%)에 이어 2대 주주다.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 1872만주(21.78%)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에서 CJ ENM이 지분의 일부 또는 전량을 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 9일 CJ ENM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시하며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부채비율 상승과 순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식과 부동산 등 비핵심자산을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CJ ENM의 4분기 영업이익은 66억원에 그쳤고, 부채비율은 137.2%, 순차입금은 2조원1234억원이다.

비핵심자산 매각 계획을 공개한 후 CJ ENM은 보유하고 있던 콘텐츠제작사 에이스토리(241840) 지분 일부인 1.24%를 장내 매각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이 때문에 에이스토리 지분을 매각한 것처럼 넷마블 지분도 곧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넷마블과 시너지가 나는 사업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예전부터 언젠가는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왔는데 최근 CJ ENM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더 이런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텐센트를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여 CJ ENM이 텐센트에 지분을 넘길 가능성도 나온다. 텐센트는 한리버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 PTE. LTD)를 통해 넷마블 지분 1505만7800주(17.52%)를 보유하고 있는 3대 주주다. 방 의장과 텐센트의 지분율 차이가 6.6%(2022년 3분기말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CJ ENM이 텐센트에 일부 지분을 넘기면 넷마블의 최대주주는 방준혁 의장에서 텐센트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게임 산업의 흐름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이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 있고 텐센트 역시 계속 M&A를 추진하고 있다”라면서 “넷마블이 외자판호(중국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많이 받은 상태고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제2의 나라도 텐센트를 통해 퍼블리싱(유통)하기로 하면서 양사가 협업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실제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CJ그룹 지주사 차원에서 ENM이 SI에 지분을 넘긴다고 결정하면 텐센트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CJ ENM 관계자는 “넷마블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