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반등이 주춤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장기채에 쏠리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상장된 장기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하자마자 인기몰이하고 있다. 당장은 기대만큼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장기채에 투자하는 것이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예를 들어 금리가 연 5%에서 3%로 낮아진다면, 기존에 든 연 5% 정기예금이 귀해지는 것처럼(가치 상승) 채권 가격 또한 오르는 것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 14일 국내 최초로 국채 30년 레버리지인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 ETF’를 출시했다. 해당 ETF는 한국평가가 산출하는 ‘KAP 국채 30년 총수익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데, 국내 초장기 채권을 기반으로 하는 ETF가 레버리지 구조로 발행되는 건 이 상품이 처음이다. 이 상품의 평균 만기는 38.5년이다.

일러스트=이은현

해당 ETF는 출시하자마자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출시일인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6억2800만원 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레버리지 ETF는 일반 ETF보다 수수료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장기채 ETF지만, 실제로는 장기 투자할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의 경우 연간 수수료가 0.05%이지만,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의 경우 수수료는 연 0.1%다. 수수료가 2배 차이 나는 셈이다. 언뜻 보면 차이가 안 나 보일 수 있지만, 10bp(0.1%포인트)에 일희일비하는 장기채 특성상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장기채로 쏠리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초장기 채권 ETF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이달 출시된 초 장기채 ETF만 4종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1일 스트립채권에 투자하는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ETF’를 상장했는데, 해당 상품이 담고 있는 국고채의 평균 만기(듀레이션)는 28년이다. 지난 7일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각각 ‘ACE 미국30년국채선물 레버리지(합성 H) ETF’와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를 내놨다. ACE 미국채30년국채선물 레버리지는 미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ETF인데 레버리지를 활용해 평균 만기를 33.6년까지 늘렸다.

이밖에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와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등 기존에 존재하던 장기채 ETF도 있다.

초장기채 ETF는 단기채보다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금리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더 높아진다.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초장기 ETF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시장에 상장돼있는 30년물 장기 채권 ETF들의 실제 평균 만기는 20년 미만이었는데, 최근 출시된 장기 채권 ETF의 만기는 30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은 “최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활용해 높은 자본 차익을 거두고자 하는 투자자 사이에서 듀레이션이 긴 채권형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장기 채권 매수를 유효한 투자 전략으로 보고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기대를 반영하는 유로달러 단기물의 선물 금리는 최근 5% 중반까지 상승했고, 증시도 연초 반등 흐름이 주춤하고 있다”면서 “증시와 장기 국채 가운데 현재는 장기 국채를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평가했다.

현재 수익률도 양호하다.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는 올해 개장날부터 이날까지 4.8% 상승했고,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는 3.5%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편 올해 1월 순자산총액이 늘어난 ETF 상위 종목에는 채권형 상품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KODEX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와 ‘KODEX 23-12 은행채(AA+ 이상)액티브’, ‘ACE 종합채권(AA-이상)KIS액티브’ 등은 순자산총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