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시장점유율(MS)은 8.5% 수준이다. 전년보다는 조금 낮아졌지만 전체 증권사 중 1위는 유지했다. 올해도 인도네시아 최고 증권사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심태용 미래에셋증권(006800) 인도네시아 법인장(상무)은 인도네시아 내 시장점유율에 대해 “2020년 9.1%로 1위로 올라선 이후 2022년 11월까지 3년 연속 1등 증권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은 2013년 현지 증권사인 이트레이딩증권을 인수한 지 7년만인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94개의 증권사가 영업하고 있다. 한국 증권사로는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키움증권(039490), 신한투자증권 등 6곳이 진출했다. 100여곳 가까운 증권사가 포진해 있는 이국땅에서 한국 증권사가 3년째 가장 많은 고객을 선점하고 있는 것은 미래에셋이 스마트폰과 PC를 통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활용한 주식 거래를 고객 확보 전략으로 삼아 인도네시아 현지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인도네시아 증권사 최초로 초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WM(자산관리) 전담 점포를 만들었고 ‘인도네시아의 쿠팡’으로 불리는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중 하나인 부칼라팍(Bukalapak)의 상장(IPO)를 주관하기도 했다. 올해는 국영 은행 DKI와 4위권 전자상거래기업 블리블리(blibli)의 상장도 주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해 12월 5일 자카르타 남부 수디르만 중심 업무지구 트레저리 타워(Treasury Tower)에 있는 인도네시아법인 본사에서 심 법인장을 만났다. 심 법인장은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서의 증권업 투자는 10년 이상을 보고 투자해야지 당장 1~2년 안에 실적을 내야 한다며 급하게 마음을 먹으면 헛발을 딪고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내년 인도네시아의 주요 상장 기업 중 주목해야 할 종목은 식료품, 담배 등 필수소비재 분야를 꼽았다.

그는 산업은행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중고등학교를 인도네시아에서 나온 후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마쳤다. 이후 대우증권에 입사해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13년 11월 다시 미래에셋 인도네시아법인에 부임했다. 2019년 11월부터는 법인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심태용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법인장이 지난해 12월 5일 본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 = 미래에셋증권 제공

시장 점유율이 높다. 지난해(2022년) 시장 점유율은.

“11월 말까지 기준으로 보면 8.5%다. 94곳 증권사 중 올해도 1등을 유지할 것 같다”

언제부터 1위를 했나.

“2020년부터다. 당시 9.1%까지 점유율이 올랐고 2021년에는 10.5%를 넘어 인도네시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점유율이 10%를 넘었다. 인도네시아 투자자 10명 중 1명은 미래에셋 고객이다.”

해외 증권사가 이렇게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현지 시장에 처음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도입해 쉽게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게 큰 효과를 봤다. 350만명 정도의 주식투자 인구가 있는데 이 중 30만명이 미래에셋 MTS, HTS를 사용한다. 또 실전투자대회와 같은 투자 이벤트를 매년 개최해 투자자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게 한 것도 점유율 확대에 효과적이었다.”

2023년에도 이런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8% 대의 점유율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년에도 점유율 1위는 이어갈 것이다.”

투자은행(IB) 부문의 성과는.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성과가 꽤 난다. 작년에 9개사의 IPO를 주관해 해외 증권사 중 가장 많이 IPO를 주관했다. 특히 작년에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유니콘 상장 회사이며 ‘인도네시아의 쿠팡’이라고 불리는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부칼라팍의 IPO를 주관했다. 올해는 이미 8건의 IPO를 마무리했다.”

현재 상장 주관업무를 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회사는.

“2023년에는 자카르타 주(州) 정부의 은행인 DKI은행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이런 대형 IPO는 경쟁이 심해 주관사로 선정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계속 기업들을 만나며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태용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장 / 사진 = 미래에셋증권 제공

앞으로 확장하려는 사업 분야가 있다면.

“내년에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수익을 다변화할 것이다. 올해 초 새로 시작한 세이지 클럽(Sage Club) 서비스와 온라인 펀드 판매 플랫폼인 나비(NAVI)를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채권 판매 조직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세이지 클럽이란 뭔가.

“30억 루피아(한화 약 2억4600만원) 이상의 돈을 맡긴 초우량 고객들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따로 관리해 이들에게 맞춤형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서비스를 세이지 클럽이라고 한다. 투자세미나, 친목 모임 등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최초로 PB센터 격의 지점을 만들어 세이지 클럽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상장 기업들은 한국 증권사 계좌를 이용해서도 직접 투자할 수 있다. 내년에 주목할 만한 종목 또는 업종이 있다면.

“내년은 각국 중앙은행이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결국 은행 업종이 좋을 수밖에 없다. 또 필수소비재 업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선거가 2024년 2월에 있는데 대선 전인 내년에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국민에게 현금을 많이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주는 돈은 결국 필수소비재를 사는 비용으로 대부분 쓰이는데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종목은 어떤 게 있나.

“담배회사 삼포에르나(Sampoerna)와 식품·가정용품 기업 유니레버 인도네시아(PT Unilever Indonesia)가 상장돼 있는데 이런 종목들이 내년에 유망하다. 또 식품 회사인 인도푸드(Indofood)도 전망이 좋다. 주로 라면 등 식료품을 파는 곳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금융투자사나 일반 기업들이 많다. 조언을 해준다면.

“조급증을 버렸으면 한다. 한국처럼 투자에 대한 성과를 매년 내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중장기적으로 10년 이상을 보고 차근차근 미래에 투자해야만 한다. 미래에셋도 지금은 1등 증권사가 됐지만 이런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든 게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매년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 때문에 직원들을 다그치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한다. 이런 과정에서 헛발을 디디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다. 마음이 급해서 생기는 실수다. 이런 실수를 줄이고 기초를 다져간다는 마음으로 버텨야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