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앞으로 다가온 배당락일(28일)을 앞두고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매년 배당금을 목표로 유입된 투자자금이 배당락일 이후부터 연초 사이에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된 만큼, 올해에도 같은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연말 ‘산타 랠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연초 매도세가 평년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픽=이은현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9일~23일)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자는 1조33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 이전 주에는 5130억원의 순매도세를 보였지만, 일주일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특히 22일에는 하루 동안에만 760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최근 한 달간 가장 강한 순매수 강도를 보였다. 23일 코스피 지수가 2% 가까이 하락했지만, 이 와중에도 298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말 배당을 위한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격히 늘어난 매수세만큼, 배당락일 이후 연초에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여지가 크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기관투자자들은 12월 말 순매수세를 이어가다 배당락일을 기점으로 순매도로 전환하는 매매 형태를 보여왔다.

지난해에도 배당락일 이전 일주일 동안 기관투자자는 총 5조301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후 배당락일(29일) 당일 2조3525억원을 매도한 후, 이어 30일부터 일주일 동안에만 4조7579억원어치를 팔았다. 2020년에도 배당락일 전 일주일 동안 1조9031억원을 순매수하고 배당락일(29일) 당일 1조8913억원을 순매도한 후 30일부터 일주일간 3조3765억원을 순매도했다.

일러스트=이은현

투자자들은 배당락일 전날까지 해당 종목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배당락일 전까지 주식을 들고 있다가, 배당이 확정된 후 배당락일 당일부터 주식을 되파는 전략은 많은 기관 투자자들의 연말 투자 전략 중 하나로 꼽혀왔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고배당주의 경우 실제 배당금이 배당락일 하락 폭보다 큰 경우가 많아 배당락일 당일 주식을 매도하면 양호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뚜렷한 이유 없이 매년 1월의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1월 효과’를 기대한 투자자들이 배당락일 당일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한동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서서히 물량을 풀면서 연초까지 순매도세가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연말·연초 기관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평년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부진한 증시가 이어지는 데다 긴축 우려 등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아, 기관투자자들이 배당금이 확정되자마자 바로 주식을 처분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김장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연말 산타 랠리(연말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발생하는 강세장)가 크게 나타나면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면서 배당금을 목표로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주식 보유 기간을 늘리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산타 랠리 없이 부진한 연말 증시가 이어지는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배당을 받자마자 빨리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