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거래수수료로 수취해 보유 중인 가상화폐(코인)의 가치가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루나사태와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파산으로 가상자산 가치가 폭락하고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행법상 수수료로 수취해 보유 중인 가상화폐를 내다 팔 수 없다. 이에 가치가 수직낙하하는 가상화폐를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거래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 화폐 이미지./로이터 연합뉴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에 따르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서비스하는 두나무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가격은 지난 9월 말 기준 3337억3231만원으로, 지난해 말(5227억5217만원) 대비 36% 하락했다. 이 기간 1800억원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두나무가 보유한 가상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 12월 말 7521개에서 올해 9월 말 1만 46개로 수량은 33% 늘어난 반면, 보유한 비트코인의 총가격은 약 4393억원에서 2876억원으로 34% 줄어들었다. 물량이 늘었는데도 가격이 하락한 것은 보유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비트코인의 가격은 개당 5598만원에서 2786만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국내 2대 코인거래소인 빗썸코리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빗썸코리아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총가격은 지난 12월말 1926억6136만원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733억4151만원으로 무려 60%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9월말 2786만원에서 이달 22일 2148만원으로 23% 추가로 하락한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유중인 가상화폐 가치는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가상화폐는 크게 두 가지 시장에서 거래된다. 거래 기본통화를 원화로 하는 원화(KRW)마켓과,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테더(USTD) 등 가상화폐를 기본 통화로 하여 또 다른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코인마켓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으로 도지(DOGE)코인을 사는 방식이다. 이때 거래소는 코인마켓의 거래 수수료를 마켓의 기본 통화인 가상화폐로 수취하게 되기 때문에, 코인마켓 거래가 발생하는 한 거래소가 보유한 가상화폐 물량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1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문제는 국내 거래소가 수수료로 수취한 가상화폐를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으로, 자전거래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자전거래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직접 발행한 코인을 상장하거나 법인·임직원이 자기 회사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거래소가 직접 운영하는 시장에서 가상자산을 처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다른 거래소에 내다 파는 것도 자전거래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이에 거래소들은 쌓여가는 가상자산을 꼼짝없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가상화폐끼리 환전하는 방식으로 처분하면 이에 따라 장부상으로 수익이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가상화폐를 원화로 현금화하는 방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내부적으로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으로 환전할 수는 있지만, 비트코인을 원화로 환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가상화폐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가상화폐끼리 환전하는 것으로는 손실폭을 크게 줄이기 어렵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매출은 대부분 원화마켓 수수료에서 나오긴 하지만, 코인마켓 수수료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올해 가상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거래량이 폭락했다고 해도, 거래가 한 건이라도 존재하는 이상 거래소는 가상자산 수취할 수 밖에 없는데 특금법 이후 이를 처분하지도 못하고 가지고만 있어야 하니 거래소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