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상장이 해를 넘기게 됐다. 시장 상황 악화로 컬리의 기업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시가총액 8000억~8500억원 수준에서 상장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년 전인 지난 2021년 말 재무적투자자(FI)에게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것과 견주면 기업가치가 5분의 1 가까이 줄었다. IB업계에서는 상장 철회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낮은 가치를 감수하고서도 상장을 강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지난 5월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일 IB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이날까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컬리가 아직 상장 일정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상장을 위한 최적의 시기가 언제인지를 고민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컬리는 지난 8월 22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받았고 이 승인의 유효기간은 6개월 후인 2월 22일까지다. 증권신고서 제출 후 수요예측과 공모가 확정, 공모 청약 등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 달 말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할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라면서 “의사결정은 마지막에 FI로 투자했고 상장에 대한 거부권이 있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기업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컬리가 IPO를 강행하면 최종 기업가치가 8000억원에서 8500억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나온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에 따르면 비상장 시장에서 컬리의 기준가는 3만1500원(19일 기준),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1조2109억원이다. 3개월 전인 9월 20일 4만400원과 견주면 8900원(22.02%) 낮아진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기업가치가 1조원 아래에서 결정되고 적게는 8000억원에서 8500억원 수준까지 내려가 상장을 하게 될 것 같다라는 이야기까지 기관투자자들과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컬리의 기업가치는 1년 전인 2021년 12월에는 4조원에 달했다. 당시 앵커PE는 이 같은 기업가치를 인정해 2500억원을 보통주로 투자했다. 8000억원에 상장하면 1년여 만에 앵커PE가 투자했을 당시의 가치보다 기업가치가 5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급격히 낮아진 기업가치 때문에 IB업계에서는 상장 철회 가능성이 계속 나오고 있다. 다만 이렇게 낮은 기업가치로라도 상장할 가능성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악화하면서 FI들끼리 지분매각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앵커PE가 차라리 IPO를 통해 자금을 수혈받아 컬리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