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혹한기에 접어든 가운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관련 스타트업들은 잇달아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국내 SaaS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기업에 일찌감치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aaS란 패키지 형태로 제공되던 컴퓨터 소프트웨어(SW)를 클라우드를 활용해 구독형으로 전환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그래픽=손민균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게임 서버 SaaS 플랫폼 ‘뒤끝’을 운영하는 에이에프아이는 지난달 7일 53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DSC인베스트먼트 외에도 기존 투자사인 지유투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신규 투자사로 카카오벤처스와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슈미트 등이 참여했다.

딥러닝 이미지 인식기술 기반 이커머스 위조상품 모니터링 솔루션 기업 마크비전도 지난 8월 DST글로벌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VC)로부터 2000만달러(약 26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금을 유치했다. 마크비전은 온라인 상 위조 상품·불법 콘텐츠 모니터링 및 제거 등 IP 보호 업무를 SaaS를 통해 자동화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국내 VC들은 인공지능 기반 치과용 CAD 솔루션 업체 이마고웍스에 대한 투자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마고웍스는 치과를 찾은 환자를 위한 최적의 크라운을 자동으로 디자인해주는 SaaS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혹한기에도 SaaS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줄지 않고 있다. 구독 모델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어 VC들이 볼 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VC 임원은 “서비스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는 것은 사업 확장성도 있고 지속 가능성도 담보돼 있다”며 “관련 기업을 주의 깊게 보고 있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aaS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 속도 향상과 클라우드 기술 발달로 다양한 SW를 SaaS 형태로 제공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전 세계 SaaS 시장 규모가 지난 2020년 1999억 달러(약 238조원)에서 2021년 2330억달러(약 278조원)로 커졌고, 올해는 2717억달러(약 32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인 글로벌 SaaS 기업으로는 미국의 세일즈포스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을 들 수 있다.

국내 SaaS 시장 역시 갈수록 커져 투자 규모와 빈도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클라우드산업실태조사(2021년)’에 따르면 국내 SaaS 기업은 2018년 570개에서 지난해 2020년 780개까지 늘어났다. 전체 매출액도 2018년 1조1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손호준 스톤브릿지벤처스 상무는 “대기업 위주로 경제가 움직이던 과거에는 기업 간 거래(B2B) SW를 만들어도 대기업에 납품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좋은 SaaS를 만들면 대기업을 거치지 않아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돼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SaaS 기업이 유망하다고 볼 수는 없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