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한 번꼴로 1년에 120여 곳의 기업 탐방을 다니면서 기업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신뢰를 받기 위해 제도권 증권사와도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투자자들이 밸류파인더를 떠올리면 모든 스몰캡 정보를 알 수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가 6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선비즈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6일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밸류파인더는 이달부터 KB증권 구독 서비스인 ‘프라임 클럽’에 스몰캡 종목 리포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 독립리서치 업체가 제도권 증권사와 협업하는 첫 사례다.

밸류파인더는 스몰캡에 집중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가령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 종목 중 올해 최대 실적이 예상되거나 저평가 상태, 모멘텀이 기대되는 기업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아 직접 탐방 후 보고서를 내는 방식이다.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커버한 적 없는 기업들이 탐방 대상이 된다.

이 대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세일즈를 하다 보니, 펀드 편입이 한정되는 스몰캡 리포트는 줄어들고 있다”며 “밸류파인더는 개인투자자들이 관심 있는 기업을 직접 찾아가 투자포인트를 찾고, 여러 관점에서 질의응답을 담아내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 눈높이도 기관이 아니라 개인에 맞춰 작성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 리포트 내용을 최대한 자세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기업 IR 담당자를 만나 20여 개의 질문, 대답도 보고서에 첨부한다.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낼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독립리서치 업체들의 입김이 세다”며 “시장에 전달하는 메시지도 분명하고, 제도권과 협업도 많아 기관투자자들도 신뢰하는데, 국내에서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했다.

현재 국내 독립리서치들은 유사투자자문업, 인터넷정보제공업에 속해있다. 밸류파인더 역시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등록됐다. 금융투자업과 달리 설립 요건이 없고, 인력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 금융당국 규제도 받지 않다 보니 법규 준수(컴플라이언스) 논란도 뒤따른다.

그는 독립리서치가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설립부터 진입장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독립리서치를 정의하고, 일정한 규제가 있어야 법인 난립을 막고, 제도권과 협업도 용이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컴플라이언스도 자체적으로 세웠다. 보고서 발간 종목에 대해 선행매매 금지, 일정 기간 매매 금지 등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투자분석사 인력을 보유하고, 업무 이력을 상세히 공개하는 점도 타 법인과 다른 점이다.

이 대표는 “현재 전 직원(4명) 모두 기업탐방을 다니면서 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유료 구독 서비스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독립리서치 인력이 더 충원되고, 환경이 더 좋아지면 종목에 이어 산업, 인뎁스보고서(심층보고서) 등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정식 보고서를 낸 기업 중 베셀(177350), 공구우먼(366030) 등이 정책 테마, 무상증자 이슈와 얽혀 크게 오르기도 했다. 이런 종목들을 1년에 1~2개만 찾아도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주와 달리 스몰캡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아 여러 부문을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의 경우 안정적으로 실적 예상치를 제시할 수 있지만, 스몰캡은 담당 인력부터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다. 투자 측면에서는 오버행, 메자닌 채권, 최대주주 지분 등을 최대한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출처가 한 곳에 쏠려있거나 적자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 등도 따져봐야 한다.

그는 “밸류파인더는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아라’ 이런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기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기업을 두고 함께 공부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