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6월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매도했던 송모(29)씨는 1년 1개월 만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켰다. 주위에서 성일하이텍 공모 청약을 적극 추천했는데 기관 투자자의 수요 예측 경쟁률을 보자 왠지 모를 믿음이 생겼다.

송씨는 “지난해 일이 바빠져서 투자를 끊었다가 올해 초부터는 자본시장 흐름이 안 좋아서 다시 투자할 엄두를 못 냈다”면서 “그런데 주위에서 하도 공모 청약을 추천했고, 약세장에서도 갈 종목은 가는 것 같아서 공모주에 투자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최소 수량인 10주만 신청해서 한 주도 못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 주라도 받는다면 치킨 값은 버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일러스트=이은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국내외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기관 수요예측에서 2269대 1의 역대 최대 경쟁률을 기록한데 이어 일반 청약에서 1207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성일하이텍의 기업공개(IPO)에 시장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2000년에 설립된 성일하이텍은 2차전지에서 주요 금속을 추출해 활용하는 폐배터리 전문 기업이다. 전기차, 휴대폰, 노트북,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동공구 등의 제품에 포함된 2차전지로부터 유가금속을 추출한다.

지난 11~12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국내 증권시장 사상 최대 경쟁률인 2269대 1을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여기관 1786곳 가운데 대부분인 1718곳이 희망공모가(4만700~4만7500원) 상단을 넘어서는 가격을 제시했고,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을 웃도는 5만원에 확정됐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성일하이텍의 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18일부터 이날까지 이틀동안 진행된 일반 공모청약에서 12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20조원이 넘게 모였다.

주식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최소 수량인 10주를 신청했다는 투자자부터 몇 천 만원 어치를 신청했다는 투자자까지 다수의 인증 글이 올라왔다. 30대 직장인 A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서 1억원을 성일하이텍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약세장에서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모주가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성일하이텍은 일반 청약 첫날부터 1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모았다. 전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성일하이텍은 일반 청약 첫날 85대 1의 통합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약금의 절반을 미리 납부하는 증거금은 첫날에만 1조3000억원이 모였다.

증권가에서는 성일하이텍 IPO에 주목하면서도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1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이 개화하기 전에 이미 흑자를 기록한 국내 유일 리사이클링 기업”이라면서 “폐배터리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3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일하이텍의 성장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폐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성일하이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습식 제련 전문기업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큰 폭의 실적 성장이 전망된다”면서 “2차전지 리사이클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2차전지 소재의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어 관련 시장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28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성일하이텍을 두고 투자자들은 내심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를 형성한 뒤 상한가)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열풍이었던 국내 IPO 시장은 올해 들어 약세를 보였지만, 일부 공모주는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냈다. 케이옥션(102370)유일로보틱스(388720), 포바이포(389140)는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지난 4월 28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콘텐츠 제작 전문기업 포바이포는 수요예측에서는 1846대 1, 일반 공모 청약에서는 37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생산 자동화 로봇 기업 유일로보틱스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1756대 1, 일반 공모 청약에서 25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케이옥션은 1638대 1의 수요예측 경쟁률, 1408대 1의 일반 공모 경쟁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