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지난해 뜨겁게 달궜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열풍도 빠르게 식고 있다. NFT 시가총액은 일주일 만에 반토막이 났으며, 거래대금의 하락세도 가파르다.

9일 현재 세계 최대 NFT마켓플레이스 '오픈씨'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 NFT 아트 프로젝트의 작품./홈페이지 캡쳐

20일 오후 1시 기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 세계 NFT 시가총액은 122억701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56% 줄어든 규모다.

거래대금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NFT 분석 업체 크립토슬램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둘째주 3억6980만 달러에 달했던 NFT 주간 거래규모는 6월 첫째 주에는 3519만 달러로 약 90% 감소했다.

NFT 시장의 열풍을 이끌던 작품들의 가격도 고점 대비 많이 빠진 상태다. 글로벌 NFT 플랫폼 오픈씨(Opensea)에 따르면 20일 기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NFT 컬렉션인 ‘크립토펑크’의 바닥 가격은 6700이더리움(ETH)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 달 전(2만5833ETH)과 비교하면 57% 정도 떨어진 가격이다. 바닥 가격은 NFT 컬렉션 가운데 최저가로 거래된 NFT의 가격을 뜻한다.

이 외에도 시가총액 상위 NFT 컬렉션인 ‘미비츠’와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AYC)’ 가격도 절반 넘게 폭락하고 있다.

NFT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것은 최근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NFT는 주로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으로 거래되는데 최근 이더리움은 일주일 동안에만 가격이 21% 넘게 급락했다.

글로벌 NFT 거래소에서 내부자 거래와 해킹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달 초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의 직원이 특정 NFT가 게재되기 전에 해당 NFT를 사들였다가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다양한 형태의 원숭이 이미지로 유명세를 탄 NFT 프로젝트 BAYC는 올 들어 두 번이나 해킹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NFT 시장은 이전부터 거품이 빠지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NFT에 뛰어든 기업들이 많아짐에 따라 신규 NFT 발행량이 늘어나는 만큼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NFT 시장은 테라 사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전체 볼륨이 줄어들기 전부터 매력도가 떨어지며 거품이 꺼지고 있었다”면서 “현재 가상자산 약세가 아예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미 NFT 열풍은 식어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활용도 없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NFT가 많았고, NFT 프로젝트들이 다 똑같은 형태의 상품만 공급하다보니 변별력도 생기지 않았다”면서 “유틸리티를 가지고 있는 NFT 상품이 나오기 전까지 NFT 시장의 반등은 어렵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NFT는 코인과 토큰 등 가상자산과는 달리 게임 및 리테일 대기업에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신규 NFT 발행량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며 “앞으로 NFT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는 저가매수 유입으로 소폭 오르고 있다. 20일 오후 1시 28분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8.50% 상승한 2만101달러를 기록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2만 달러를 회복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주말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1만7000달러 선까지 떨어졌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전날보다 12.95% 오른 108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주말 이더리움은 1000달러 선이 깨지며 900달러 대에서 거래됐었다. 리플과 도지코인 등도 각각 4.74%, 13.21% 상승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