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사이 골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골프주 약세 배경으로 업황 ‘피크아웃’(정점통과)을 우려한 투자심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호황을 맞은 골프 산업이지만 증권 시장에선 이미 성장 둔화와 역성장을 염려하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골프존(215000)은 지난 10일 15만9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 종가 17만9000원보다 1만9100원(10.67%) 떨어진 수치다.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고 골프아카데미를 진행하는 사업체로 골프 관련주 대표 격으로 꼽힌다.

골프존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한 기업도 있다. 브이씨(365900)는 10일 99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1일 종가 1만3400원보다 3420원(25.52%) 내려앉은 수치다. 지난해 2월 24일 장중 기록한 52주 최고가 1만9500원에서 반토막 가까이 떨어졌다. 브이씨는 골프용 거리측정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로 지난 2월 24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골프의류 업체인 까스텔바작(308100)크리스에프앤씨(110790)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까스텔바작의 이달 10일 종가는 8660원이다. 지난달 11일 9570원보다 910원(9.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크리스에프앤씨도 4만2000원에서 3만8450원으로 3550원(8.45)% 떨어졌다.

골프주 하락세는 골프 테마 상장지수펀드(ETF) 약세로도 이어졌다. HANARO Fn 골프테마는 10일 81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1일 종가인 8415원보다 235원 떨어져 2.17% 하락했다. HANARO Fn 골프테마는 국내에서 유일한 골프 테마 펀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골프 테마 지수를 추종해 수익률이 결정된다.

서울의 한 골프 의류 매장. /연합뉴스

일부 골프 관련 업체는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골프존은 올해 1분기 5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 영업이익인 284억원과 견주면 78.26% 늘어났다. 골프존의 호실적은 증권가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전망치보다 좋은 실적)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시가 발표된 지난달 16일 골프존의 주가는 100원 떨어지고 다음 거래일에도 주가는 다시 3300원 하락했다. 지난 5월 16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개인은 골프존 주식을 1만2087주, 외국인은 4만6382주를 각각 순매도했다. 반대로 기관은 4만8569주를 순매수했다.

크리스에프앤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27억원으로 전년 동기(105억원) 대비 21.32% 늘어났다. 공시가 발표되고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크리스에프엔씨의 주가가 300원 반짝 올랐지만 반등의 기회로 삼지는 못했다. 지난 5월 13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개인은 5만1945주를 순매도했고, 기관은 5806주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123주를 순매수했다.

1분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투자심리는 오히려 피크아웃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2년 만의 항공 규제 폐지도 골프주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골프 산업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일부 있다”며 “증시 전체가 하락장인 상황에서 리오프닝 이야기가 나오면서 해외 골프 수요가 늘고 국내 골프 인기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시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골프 관련주 주가가 반등하고 골프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병화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은 (골프주가) 침체하고 있지만 2분기 업계 실적과 골프존 미국 진출 사업 성과가 좋다면 가치 재평가(리레이팅)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늘어난 골프 인구만큼 야외와 스크린 골프장 이용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골프장 인수 등 글로벌 가치 사슬(벨류체인)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