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삼성전자(005930)가 45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5% 넘게 하락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말부터는 두 달째 ‘6만 전자’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가 상승 요인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6만 전자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삼성전자의 6만 전자 탈출의 트리거(핵심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삼성전자 주가의 반등 시기는 이르면 8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적어도 앞으로 2개월 이상 6만 전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래픽=이은현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91% 오른 6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8일 기록한 52주 최저가(6만4500원)보다는 소폭 상승한 가격이지만 지난해 12월 30일 종가(7만8300원)과 비교하면 15% 이상 하락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 3월 30일(종가 6만 9900원)부터 두 달 연속으로 6만원 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가 6만 전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최근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계속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6만원대로 내려온 3월30일부터 지난 27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7460만7700주(5조4938억원)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회사 중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이다.

삼성전자를 외국인이 계속 매도하고 있는 대표적 이유를 전문가들은 환율에서 찾는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높아지면 한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사서 이익을 봐도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말 1200원 안팎이던 환율은 1260원선까지 상승한 상태다. 2월 28일 달러당 1204.5원이던 환율은 지난 27일 1256원으로 마감했다. 3개월만에 51.5원(4.2%) 올랐다. 지난 12일에는 1290.5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시가총액 대형주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어서 외국인들이 순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며 “환율이 안정화(하락)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실적이 좋은데 주가가 안 좋은 것은 환율이 올라가면서 외국인들이 신흥국인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모든 대형주는 (기업 이익 등) 펀더멘털을 논하기 전에 환율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일단 환율이 안정화돼 원화 약세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다는 느낌을 받아야 외국인들이 한국의 대표주인 삼성전자를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도 안정되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길게 보면 8월이나 9월 이후에는 삼성전자 주가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부문의 성장성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 부문별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들어 1분기 최대 이익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메모리는 압도적 기술 경쟁력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디스플레이(DP)는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본격화로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는 등 뚜렷한 주가 상승 요인을 찾기가 힘들다”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3% 증가한 77조원, 영업이익은 17.8% 증가한 14조1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지난 24일에는 향후 5년 동안 450조원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의 분야에 투자할 계획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