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 클레이튼 기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Klaytn)을 이탈하는 ‘탈(脫) 클레이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클레이튼 플랫폼의 기축 통화인 클레이(KLAY) 코인은 지난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코인을 상장한 데 이어 후오비글로벌에도 상장하며 글로벌화에 나섰지만 가격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4개월 만에 코인 가격이 3분의 1로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클레이튼이 기술적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클레이튼이 중국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 기반 공개허가형블록체인을 구축한다. 클레이튼 사이트 갈무리ⓒ 뉴스1

25일 오후 2시 15분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에서 클레이 코인은 각각 583원, 584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1800원 선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지난 4월 24일(1120원)과 비교하면 한 달 동안의 주가 하락률은 50%에 달한다. 클레이는 루나 사태 직후 5월 12일에는 가격이 47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23일 600원을 웃돌았으나 다시 가격이 하락했다.

클레이는 클레이튼 플랫폼의 기축 통화로 국내 거래소에는 코인원과 빗썸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지난해 6월 24일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 상장된 데 이어 이달 18일에는 후오비글로벌에 상장됐다. 후오비글로벌은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소 10위 안에 드는 대형 거래소다.

클레이튼은 카카오(035720)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만든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비트코인처럼 하나의 코인이 아닌 이더리움 같이 분산어플리케이션 디앱(Decentralized Application·DApp)을 만들기 위해 확장 가능한 블록체인 개발 플랫폼이다. 그러다 작년 8월쯤 카카오 창업 멤버들이 합류한 카카오 자회사 크러스트로 클레이튼의 운영 시스템을 이관했다. 카카오 크러스트의 블록체인 사업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직접 챙길 정도로 미래의 중요한 사업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을 빠져나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4일에는 ‘고릴라 NFT’로 유명한 토종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프로젝트인 메타콩즈가 메인넷을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올해 1월 NFT 발행(민팅) 1초 만에 물량 9500만 장이 소진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실타래 NFT도 최근 메인넷을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이전했다.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왔던 위메이드도 위믹스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위메이드는 오는 6월 15일 쇼케이스에서 클레이튼을 벗어난 위믹스의 자체 메인넷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밖에 클레이튼을 메인넷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서비스들도 점차 다른 메인넷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월 ‘클레이튼 2.0′으로 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됐음에도 불구하고, 클레이튼을 이탈하는 현상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는 이유는 클레이튼 메인넷의 불안정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인넷이란 블록체인을 출시해 운영하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스마트폰의 iOS·안드로이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블록체인 상의 운영체제(OS)로 표현할 수 있다. 사실상 블록체인의 모든 서비스가 작동할 수 있는 기본 플랫폼이 메인넷인 것이다.

모든 블록체인 데이터들은 메인넷에 저장된다. 데이터 블록이 생성되고 데이터가 처리되며, 가상자산이 전송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메인넷이다. 이더리움, 솔라나 등이 메인넷을 보유한 곳이다. 자체 프로토콜인 메인넷을 보유하면 코인, 메인넷이 없어서 기존의 다른 메인넷 위에 만들어진 것은 토큰이다. 예를 들면 클레이는 자체 메인넷을 보유한 곳이니 코인이고,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클레이튼 메인넷을 이용하고 있어 토큰으로 분류할 수 있다.

클레이튼은 지난 2020년 3월 13시간의 네트워크 장애가 일어난 데 이어 2021년 11월에는 40시간 가량의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월 실타래는 선배포된 개별 NFT 카드 속성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희소성 있는 카드 6장을 부정으로 얻는 등 해킹 피해를 입었다. 실타래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는 트위터에 “클레이튼 온체인에는 해킹이 불가능한 랜덤을 만들 방법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레이튼 기반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들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속출했다. 이에 클레이튼은 수수료를 30배 인상을 통해 스팸 거래를 차단하고,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수료 급등은 오히려 ‘탈 클레이튼’을 가속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클레이튼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저렴한 수수료였기 때문이다.

이에 클레이튼은 부랴부랴 수수료 인하 작업에 나서며, 이달 22일부터 수수료를 인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클레이튼의 한계점이 여전하다며, 향후 전망도 좋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클레이튼은 사실 카카오를 뺀다면 장점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인넷은 보안, 확장성, 데이터 처리 속도가 중요한테 클레이튼은 이런 기술적 경쟁력이 없어서 글로벌하게 성장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또한 메인넷은 개발진의 지속성이 굉장히 중요한테 클레이튼은 여러 차례 기술팀들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클레이튼이 카카오가 만든 거라 아직까진 적어도 국내에서는 힘이 있을지 몰라도 한국에서나 카카오톡이지 해외에서는 안 알아주지 않냐”면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24시간 글로벌하게 돌려야 되는데 클레이튼넷은 커뮤니티도 별로일뿐더러 해외에서는 안 알아준다”고 말했다.

한편 클레이튼은 중국 정부가 주도·개발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블록체인서비스네트워크(BSN)와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블록체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트위터를 개설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