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지난 23일까지 2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국내 증시에 상장된 16종의 나스닥 ETF를 1조2000억원 넘게 매수했다. 매수한 ETF 계좌 수는 1억1200만좌가 넘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 AP·연합뉴스

개인투자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에 분산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을 2800억원 넘게 매수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과 전기차 배터리 기업 등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클린에너지나스닥’도 2100억원 넘게 매수했다.

나스닥지수는 기술주 중심의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가 산출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지난달부터 지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이 나스닥지수와 연동된 ETF를 매수하는 것은 향후 나스닥지수가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ETF 가격이 내려갔을 때를 매수 타이밍으로 본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나스닥지수 연동 ETF는 17개다. 이 중 나스닥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 1개를 제외하면 16개의 ETF가 나스닥지수와 같은 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인다.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3일까지 16개 ETF를 1조2611억원어치 매수했다. ETF 계좌 수로는 1억1279만1800좌에 달한다. 나스닥지수는 이 기간 19.1%(2726.22포인트) 급락했다.

ETF 별로 보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을 2855억8800만원(2783만좌) 매수해 16개 ETF 중 매수 금액이 가장 컸다. 이어 ‘TIGER 미국나스닥100′을 2315억원(312만7400좌),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클린에너지나스닥’을 2117억원(2199만4574좌)씩 매수했다.

나스닥 지수 상승률의 2배로 가격이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에도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이 몰렸다. ‘KODEX 미국 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는 1795억원(2934만2760좌) 매수했고, ‘TIGER 미국 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도 758억원(755만1692좌) 매수했다. 다만, 이 기간 나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레버리지 ETF의 가격도 30% 넘게 내렸다. ‘KODEX 미국 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는 36.5%(2955원), ‘TIGER 미국 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은 31.2%(3670원) 하락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나스닥 레버리지 ETF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에 출시됐는데 당시 나스닥 지수가 상승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나스닥지수가 내려가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나스닥지수 하락에 따른 ETF 매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 상승기에는 기술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워 ETF 가격이 내렸다고 매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한동안 (나스닥 등) 지수가 하락하는 상황을 버텨야 하고 특히 성장주와 레버리지 투자의 경우에는 하락 폭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스닥 ETF 등 성장주 중심의 투자를 할 때는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김재범 토러스투자자문 부사장도 “나스닥지수가 바닥인지가 불확실한데 지수가 떨어졌다고 계속 ETF를 매수하거나 ETF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요 기업들의 주가도 계속 계단식으로 내려가고 있고, 리세션(경기침체)이 와서 기업 이익이 줄어든다면 추가로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