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연일 하락하며 하루 만에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260조원 가량 증발한 가운데,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테슬라까지 타격을 맞게 됐다.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 /뉴스1

12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 보다 0.82% 하락한 7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한때는 680달러선까지 밀리며 지난 8개월 동안 가장 낮은 가격까지 내렸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5일 간 18%나 급락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주식담보대출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의 폭락까지 겹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오전 6시 51분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4.18% 상승한 3만97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낙폭을 축소하기는 했지만 일주일 전보다는 여전히 10% 내린 금액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수십조원이 줄었다. 코인 시장의 경색은 비트코인뿐 아니라 다른 암호화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미 CNBC방송에 따르면,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000억 달러(약 258조원) 이상 증발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2월 비트코인을 대량 구매한 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큰 손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당시 15억달러(약 1조9238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한 바 있다. 머스크 CEO는 “향후 테슬라 자본의 일부를 가상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며 “테슬라 차량을 구입할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 전체 붕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토종 코인’ 루나와 테라 가격은 여전히 폭락하고 있다.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루나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53.74% 내린 0.0002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가격이 1달러에 맞춰져야 하는 스테이블코인 테라(UST)는 0.17달러에 거래 중이다. 사실상 스테이블코인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이에 13일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루나를 상장폐지한 데 이어, 국내 거래소 업비트와 고팍스, 빗썸도 루나의 상장폐지를 발표했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루나·테라가 촉발한 시장의 붕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압력 등 매크로(거시) 환경에 대한 긴장감이 높은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도 유동성 축소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시장의 단기적 위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닉 누빈자산운용 투자전략가는 “긴축 국면에서 문제가 되는 자산은 ‘고평가된 상태로 수입원이 불분명한 자산’”이라며 “암호화폐가 바로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핵심 코인들은 건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에는 연준의 긴축이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부 코인으로 인한 패닉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핵심 코인까지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심리를 계량화한 ‘가상자산 공포·탐욕 지수(Crypto Fear & Greed Index)’는 10점(극도의 공포·Extreme Fear)을 나타내고 있다. 이 지수는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가 산출하는데, 0에 가까울수록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주까지는 22점(극도의 공포·Extreme Fear)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