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코인’ 루나와 테라 시세가 폭락하며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는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매매 거래를 제때 정지하지 않으며 투자자들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가 거래를 허용한 이틀 간 루나 코인 1000억개가 매매됐다. 이 기간 거래액은 총 940억원에 달한다.

업비트 거래소에서 루나 거래량 추이. /업비트 캡쳐

13일 오후 3시 3분 코인마켓캡에서 루나 코인은 0.0000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0.005달러에 거래됐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10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테라와 루나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하는 코인이다. 테라는 미국 달러화 등 전통자산과 1대 1 가치 연동을 목표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며, 루나는 소각을 통해 테라 가격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코인이다.

테라·루나의 폭락 사태는 지난 9일(한국 시간) 시작됐다.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가상자산 시세가 하락하며 투자자들이 테라를 매도하자 루나 가격도 함께 떨어졌고, 이에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하며 테라가 급락했다.

이로 인해 테라가 디페깅(Depegging·달러와의 가치 유지 실패 현상)되는 알고리즘 붕괴 현상이 일어났고, 투자자들은 루나의 ‘패닉셀(투매)’에 나섰다. 루나 가격은 10일 반토막나 30달러대까지 내렸으며, 현재는 0.00005달러까지 내리며 코인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됐다.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권에 들었던 코인이 거의 종잇조각과 다름 없는 신세로 전락했음에도, 업비트는 타 거래소와 비교해 다소 늦은 이날 오전 11시 36분에야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앞서 빗썸은 지난 11일 루나에 대한 입금을 막고 13일 오전 1시 입출금을 중단했다. 코인원은 10일 입출금을 중단했다 재개한 후 13일 오전 1시부터 출금과 입금을 차례로 중지했다. 코빗도 13일 오전 1시쯤 입출금을 중단했다.

이 같은 조치는 코인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테라폼랩스의 요청으로 4대 거래소가 일제히 입출금을 중단했으나, 업비트는 오전 3시 돌연 거래를 재개한 후 8시간도 더 지나서야 다시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다.

업비트에서 루나의 거래량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다. 8일 7만6000개에 그쳤던 거래량은 다음날 384만개로 늘었으며, 12일과 13일에는 각각 120억개, 939억개로 급증했다.

12일과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루나 거래액은 총 940억원에 달한다. 업비트가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약 47억원으로 추산된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비트는 안 그래도 사용자가 굉장히 많은 거래소인데, 루나 사태 이후 입출금을 제때 안 막아 놓으면서 거래량이 급증했다”며 “그러다 보니 단타족과 함께 손해 보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거래소만 수수료를 벌었다”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자산 점유율 1위인 플랫폼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로 ‘돈방석’에 앉았다. 1년 만에 당기순이익이 50배 가까이 불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두나무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2411억원으로 전년(477억원)보다 4668% 급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20배, 37배 늘었다.

지난해 두나무 전체 매출의 99.47%가 수수료 수입이었을 정도로 업비트 거래소로 벌어들인 코인 수수료가 두나무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커져 투자가 몰리고 거래량이 늘어나면 거래소가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그만큼 많아지게 된다.

앞서 두나무는 루나 코인에 투자해 1000억원 규모의 차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두나무의 투자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4월 2000만개의 루나를 취득했고, 이후 3년 뒤인 지난 2021년 3월 해당 코인을 전량 매도했다. 루나 코인을 산 후 업비트에 상장시키면서 ‘셀프 상장’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당시 시세를 따졌을 때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루나로 벌어들인 수익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현행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 방지 위주로 돼있어서 거래소에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며 “지금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투자자 규모 등 기본적인 모니터링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자체적으로 내규에 따라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거래 중단, 상장폐지 등을 결정할 수 있어도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거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업비트 관계자는 “테라 블록체인이 재개됐을 때 루나 입출금을 열었던 건 투자자가 코인을 팔 수 있도록 취한 조치”라며 “갑자기 입출금을 중단하면 이른바 ‘가두리’가 발생해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라폼랩스 요청이 아니라 테라 블록체인이 중단된 것을 업비트가 확인하고 입출금을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