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시장 기대치에 못미치는 실적과 성장성에 의구심이 나오면서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의 급락,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대외적 악재도 투심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035720)와 네이버(NAVER(035420)) 주가는 지난해 고점보다 각각 50.3%(16만9500원·6월 23일) 40.8%(46만5000원·7월 26일) 하락했다.

지난 한달 새 카카오 수익률은 -19.7%, 네이버의 한달 수익률은 -17.6%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카카오 수익률은 -26.7% , 네이버의 1년 수익률은 -33.7%를 기록했다. 국내 대표 성장주였던 카카오, 네이버 주가 급락에 투자자들의 비명소리도 커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서 “카카오 주식은 곧 개미무덤”이라고 성토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주가 급락은 카카오와 네이버의 실적 부진이 한몫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9위인 카카오는 5년 만에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2017년 1분기부터 19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오다 처음으로 전 분기보다 매출이 급감했다. 카카오는 1분기 매출이 1조65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이 3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9.6%로 3%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영업비용은 36% 늘어난 1조4930억원이었다. 개발자 연봉이 오르면서 영업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6위인 네이버 역시 실망스러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1일 이후 꾸준히 약세다. 네이버는 1분기 1조8452억원의 매출, 30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는 4.5% 증가한 규모지만,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보다는 14.1% 줄었다. 네이버 역시 인건비 증가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국내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는 것도 두 종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강도 긴축에 글로벌 성장주 주가가 조정에 들어가면서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카카오, 네이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자, 목표주가도 연달아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14만원에서 12만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2만4000원에서 11만7000원으로, 교보증권은 12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낮췄다. 카카오의 광고 등 주요 사업 성장이 부진한 데다 사업 확장을 위한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카카오톡 광고비 집행 둔화와 인건비 인상, 금리인상에 따른 성장주의 주가 하락 등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이라고 봤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기저효과로 핵심 사업인 광고와 커머스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장기 성장성은 유효하지만, 콘텐츠 해외 확장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과 인건비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증권사 목표주가 역시 하향 조정됐다. NH투자증권은 네이버 목표 주가를 기존 55만원에서 41만원으로, 교보증권은 44만원에서 40만원으로, 키움증권은 43만원에서 40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코로나19 환경에서도 커머스 부문의 높은 성장성을 누렸지만 향후 ‘위드 코로나’ 진입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 성장성 둔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실적 성장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