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히는 마켓컬리(이하 컬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올 3분기로 예상되는 가운데, 컬리에 식자재 등을 납품해 관련주로 꼽히는 업체들의 주가가 최근 한 달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정란을 납품하는 업체는 한달 동안 주가가 50% 넘게 올랐고 삼겹살 납품 기업도 10%넘게 주가가 상승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컬리에 달걀을 납품해 관련주로 묶이는 케이씨피드(025880) 주가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51.92%(1825원) 급등했다. 배합사료 제조업체이기도 한 케이씨피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값 상승으로 얻은 증가분을 고려한다고 해도 주가 상승 폭이 크다. 이 회사는 가축용 배합사료 제조가 주 사업이지만 계란, 비료, 양계 등도 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20%안팎이 계란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컬리에 납품한다.

컬리에 자체 브랜드 ‘하이포크’를 납품하는 팜스코(036580)도 같은 기간 주가가 12.92%(850원) 올랐다. 하이포크는 육류 브랜드로 삼겹살과 한우를 컬리에 납품해 판매하고 있다.

식음료 납품업체 흥국에프엔비(189980)도 9.46%(370원) 상승했다. 청량음료 등을 컬리에 납품하는 곳이다. 컬리의 신선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드라이아이스를 납품하는 업체로 알려진 태경케미컬(006890) 역시 같은 기간 8.36%(1250원) 올랐다. 이밖에 컬리에 가정간편식·신선식품을 납품하는 우양(103840) 역시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13%(720원)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차익실현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로 인해 하루 사이 주가가 11%(690원) 내려앉았다. 우양은 3일 5430원에 마감했다.

그래픽=손민균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업체인 컬리는 지난 3월 28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본래 매년 적자를 기록해온 컬리는 기존대로라면 상장이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한국거래소가 관련 규정을 바꿔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기업이 상장 적격성을 인정받으면 적자가 나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주는 이른바 ‘유니콘 특례 상장’ 제도를 만들면서, 컬리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가능한 요건이 갖춰졌다. 컬리의 상장 예비심사의 윤곽은 5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현재 시장에서 전망하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컬리의 기업가치가 최대 8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컬리는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75%까지 낮아진 상황이어서 상장 후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낮으면 경영권을 빼앗겨 지배구조의 변화가 올 수 있다. 김 대표보다 지분이 많은 외국계 벤처캐피털(VC)들이 상장 후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선다면 컬리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컬리가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아직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적자 기업’이라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컬리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 증가해 1조5614억원이다. 그러나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87.3% 늘어나며 2177억원을 기록했다. 실적발표 당시 컬리 측은 영업손실 확대 이유에 대해 △지난해 약 8만4000㎡(2만5000여평) 규모의 김포 신선물류센터 투자 △개발자·상품기획(MD)·새벽 배송 등 물류부문 직원 확대를 이유로 꼽았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컬리는 2021년 3월 김포 물류센터를 추가 가동하고,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기존 수도권에서 충청권·대구·부산·울산까지 확대했으며, 기술 개발과 물류부문 인력도 대거 늘리는 과정에서 고정비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향후 매출 성장이 유지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영업이익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