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물리적 전쟁 뿐 아니라 사이버상으로도 공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버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며 글로벌 기업들이 잇달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사이버보안 관련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지난달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국방부 웹사이트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받는 등 광범위한 규모의 사이버 공격이 보고됐다. 침공 이후에는 국제 해커 단체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러시아 정부 홈페이지를 공격해 마비시키는 등 사이버 상으로도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떠오르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 등이 활발해지며 전반적인 산업이 온라인화 됐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개개인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고 있어 보안의 필요성이 더욱 제기되는 상태다.

일례로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동부 해안 에너지 공급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을 대상으로 랜섬웨어 공격이 발생했다. 당시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관리하고있는 주요 파이프라인이 6일 간 페쇄되면서 부분적으로 에너지 공급 제한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주유소의 연료 재고가 바닥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사이버보안에 대한 투자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구글(알파벳)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사이버보안 전문 기업인 맨디어트를 54억 달러(약 6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4년 설립한 맨디어트는 사이버보안 전문 기업으로, 2013년 사이버 공격의 배후가 중국 정부라는 증거를 제시하며 유명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구글은 이번 인수를 통해 클라우딩 플랫폼의 사이버보안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댄 이베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의 맨디언트 인수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인수합병(M&A) 압박을 받게될 것”이라며 “보안 업계에 M&A 바람이 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2억4000만 달러(약 2960억원)를 사이버보안에 투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사이버 상으로도 번지면서 사이버보안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이버보안 종목인 팔로알토(PANW)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0일(현지 시각)까지 약 2주 간 주가가 16% 가까이 상승했다. 또다른 사이버보안 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는 같은 기간 주가가 18% 급등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상장된 사이버보안 상장지수펀드(ETF)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BUG(Global X Cybersecurity ETF), CIBR(First Trust NASDAQ Cybersecurity ETF)은 최근 2주 동안 ETF 자금 유입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CIBR은 9%의 수익률을 보였다. 또다른 사이버보안 ETF인 FITE(SPDR S&P Kensho Future Security ETF)와 WCBR(WisdomTree Cybersecurity Fund)도 같은 기간 각각 9%, 7%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사이버보안 테마 ETF는 지난 2014년 HACK US(ETFMG Prime Cyber Security ETF) 상장 이후 미국에 총 7 종목이 상장됐다.

국내 증시에 지난달 22일 상장된 ‘TIGER 글로벌사이버보안INDXX’도 상장 이후 지난 10일까지 9% 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해당 ETF는 미국의 BUG US(Global X Cybersecurity ETF)와 동일하게 INDXX Cybersecurity TR 지수를 추종한다. 해당 지수는 글로벌 선진국과 인도 제외 신흥국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사이버보안 관련 매출이 총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 32종목으로 구성돼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사이버보안 관련주로 안랩(053800)이 꼽히지만 최근 대통령선거와 맞물리며 안철수 테마주로 엮여 사이버보안 기업으로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SGA솔루션스, 싸이버원(356890) 등이 사이버보안 관련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사이버보안 분야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있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투자은행 JMP의 트레버 월시 애널리스트는 “사이버보안 종목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주가 오름세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디지털자산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더욱 고도화된 사이버보안 체계 구축이 요구될 것”이라며 “앞으로 사이버보안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사이버보안에 대한 기업들의 준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면서 “지난해 빅테크 기업들은 2억4000만 달러(약 2960억원)를 사이버보안 투자에 사용했는데 앞으로는 관련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하는 사이버 공격에 맞게 사이버보안 관련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