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028260)에 대해 30만주 가량을 보유한 슈퍼개미가 주주서한을 보내며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관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2020년말 기준 이 부회장이 17.48%를 가진 최대주주며 이부진‧서현 사장이 각각 5.6%씩 보유하고 있다. 또 KCC(002380)(9.1%), 국민연금공단(8.44%)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주식은 첫 상장된 2014년(옛 제일모직) 이후 현재까지 10만원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 한때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 4위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5위까지 밀렸다.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지난달 15일 삼성물산의 주식 27만3439주(지분율 0.15%)를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삼성물산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박 대표는 ‘주식농부’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가치투자자로 금융투자업계에서 장기 투자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박 대표는 주주서한에서 삼성물산에 대해 “주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주가 저평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또 “모두가 한 방향으로 노를 저을 때 더 오래 더 많이 갈 수 있는 법인데 회사를 믿고 투자해 준 소수주주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나 다름없다”라며 “이와 관련된 사안은 추가로 논하지 않더라도 이미 귀사의 경영진들이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경영진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은 바로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며 “이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쓰이도록 마련해 두었던 곳간을 비우고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2020년 3월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에서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하던 말을 기억한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하던 당찬 포부도 기억한다. 그 일환으로 주주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계열사 지분 등 보유자산에 대한 활용계획을 주주들에게 전달함과 동시에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일관적인 배당적책을 제시하고 나아가 ESG 리스크와 관련하여 재발을 방지하고 독립적인 경영을 해 줄 것을 주주들에게 약속해주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2020년말 현재 삼성물산은 보통주 2342만2688주(전체 발행 주식수의 13%)와 우선주 15만9835주(전체 발행 주식수의 10%)를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박 대표가 소액주주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고까지 언급한 것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장 당시인 2014년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물산은 옛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015년 합병해 탄생한 것이다. 존속법인은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의 상장일인 2014년 12월 18일 종가는 11만3000원이다. 이는 합병 후 8년이 지난 4일 종가 11만500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신주로 재상장했다. 신주의 첫 거래일인 2015년 9월 15일 주가는 16만3000원이었다. 당시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30조9195억원으로 삼성전자(005930)(165조4172억원), 현대차(005380)(34조4733억원), 한국전력(015760)(31조2316억원)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시총 4위였다. 삼성SDS(6위·21조7432억원)와 SK하이닉스(000660)(5위·24조4609억원)의 시총도 넘어선 상태였다. 그러나 현재는 시총이 20조651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5위에 머물러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가 주주 서한을 보냈지만 주가 부양과 관련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