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타버스 테마와 엮이며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재미를 추구하는 일부 마니아 층을 대상으로 거래됐던 NFT가 최근에는 일상 영역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30대 A씨는 처음으로 NFT 거래에 성공했다. 치킨 브랜드인 BBQ가 한정판으로 발매한 NFT를 에어드랍(무상으로 지급 배분받는 행위) 받았다. A씨는 무료로 증정 받은 NFT를 오픈씨를 통해 100클레이(KLAY)에 판매했다. 100클레이는 원화로 환산하면 16만원 정도다. 클레이는 카카오가 만든 블록체인인 클레이튼 기반의 코인이다.

그래픽=손민균

치킨 브랜드 BBQ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응원메시지를 남기고 설문조사에 응하면 추첨을 통해 NFT를 증정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1만개 한정으로 발행하는 해당 NFT는 BBQ의 마스코트인 치빡이 이미지를 활용했다. 지난 11일 2500개의 NFT를 선발행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2500개를 추가로 발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NFT를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출시해 대선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성균관대학교는 올해 졸업식에서 국내 최초로 NFT 상장을 일부 졸업생에게 부여했다. 이외에도 전세계 유명 대기업과 유명인들은 잇달아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NFT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댑레이더에 따르면 전세계 NFT 판매액은 2020년 9490만 달러(약 1136억원)에서 지난해 250억 달러(약 29조9275억원)로 불어났다. 지난달 가상화폐가 약세를 보이던 와중에도 세계 최대 NFT 플랫폼인 오픈씨의 월간 거래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837배 증가한 7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NFT는 초기에는 디지털 수집품에 그쳤는데 지금은 현실이랑 계속 연동돼 유틸리티를 만들어내려는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몇 년 전 비트코인 거품과 비슷하다는 우려를 가지는 사람들도 있는데 초기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없이 가상자산에 합의에 의해 결정됐는데, NFT는 초기부터 기업들의 참여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NFT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NYSE는 지난 10일 미국 특허청에 제출한 서류에서 오픈씨(OpenSea), 라리블(Rarible) 등 기존 NFT 거래소와 경쟁하는 가상화폐·NFT 거래소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연초 들어 NFT 관련 리포트를 잇달아 내놓으며 NFT의 존재감과 성장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엮어서 언급하는 정도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NFT 리포트만 따로 발행하는 곳도 생겨났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FT를 통해서 디지털 세상에서 나의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것은 NFT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한국돈으로는 경이 넘어가는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리며 혁명과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의 가상화폐와는 다르게 NFT는 각 재화가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희소성과 개인 만족성에서 시작된 것이 최근에는 실용성까지 부각되며 NF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있다”고 분석했다.

김열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이 NFT 시장 성장의 원년이었다면 2022년에는 다양한 IP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의 진입에 따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NFT의 경우 매수자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장치가 미비하고, 규제의 취약성으로 인해 불법적인 활용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 연구원은 “NFT는 메타데이터를 통해 저작권, 소유권 등을 영구히 보존할 수는 있으나 디지털 자산 그 자체 보존은 불가능하다”면서 “또한 현재 과세 대상이 아니어서 NFT 작품을 통한 불법 증여, 상속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용어설명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 유일한 토큰이라는 뜻이다. 쉽게 풀이하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물건이나 문서, 캐릭터 등에 대한 소유권을 토큰이라는 수단으로 쪼개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토큰은 코인의 하위 개념으로 코인 기반의 생태계(블록체인) 아래에서 만들어진 가상자산을 말한다. 블록체인은 사람의 암호화폐 소유이력, 거래 이력을 담고 있는 데이터 꾸러미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