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 증시가 전날에 이어 2% 넘게 하락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이 임박한 데 따른 불안감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공포감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QT) 등 긴축 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전쟁 위험까지 고조되면서 시장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실제 전쟁이 발생하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값이 급등하고 세계 경제와 기업들은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런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이기에 국내 증시는 더욱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는 이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의 하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코스피지수가 2% 넘게 떨어진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긴축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시장의 과도한 조정을 불러오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개인투자자 모두 현 상황에서 뚜렷하게 매수 주체로 나설 수 없고 공포심에 팔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윤 센터장은 “환율이 1200원대까지 치솟는 상황도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이날 전거래일보다 2.5원 오른 1198.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증권은 이날 코스피지수 하단을 기존 2800~3400포인트(P)에서 2650~3150포인트로 하향 조정했다. 코스피지수가 최악의 경우 265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상황이다”라며 “QT(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을 언제 시작할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올해 몇 번을 올릴지, 그리고 첫 금리인상 시기가 유력한 3월에는 0.25%를 올릴지 아니면 0.5%를 한번에 올릴지 가늠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특히 중간재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한국의 경우 기업 이익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영향 때문에 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 증시가 더 많이 하락한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각) 러시아군 트럭과 대포 등 군 장비가 벨라루스의 역에 도착해 하역되고 있다. 러시아는 내달 10∼20일 우방인 벨라루스 영토에서 2단계로 나누어 합동 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번 합동 훈련으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 러시아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지수가 너무 많이 빠져서 하단을 얼마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지수 하락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지금까지 시장에서 예상해왔던 코스피지수의 지지선들이 다 깨졌다”라며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라고 입을 모은다. 황승택 센터장은 “지금은 주식을 팔 때도 아니고 살 때도 아니다”라며 “시장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김유미 팀장도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모 센터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주에 FOMC에서 시장을 달래줄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소 다음 달 말까지는 국내외 성장주가 좋지 않은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이고 시장의 혼란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추격 매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시장을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