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이 지난해 공모시장에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를 웃도는 상장 주선 실적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이 10개가 훌쩍 넘는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업무를 주관한 가운데 JP모건은 3개 기업 IPO만으로 1위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불이 붙은 공모시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의 공모금액은 20조8000억원으로 2010년에 기록한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2000억원을 두 배가량 웃돌았다. 몸값이 수조 원대를 기록한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에 나선 덕분이다.

그래픽=이은현

11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주관사로 참여한 국내외 증권사 중 JP모건 서울지점의 공모금액은 4조3729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8조9136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3조8105억원), NH투자증권(3조7439억원)을 각각 5624억원, 6390억원 웃도는 규모다.

앞서 지난 2020년에는 공모금액 기준 1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뿐이었다. 당시 NH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공모총액 2조1182억원을 기록했고, 한국투자증권이 공모총액 1조6874억원을 기록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JP모건 공모금액은 9626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JP모건이 상장 주관을 맡은 기업 수는 미래에셋증권(21개), 한국투자증권(17개), NH투자증권(11개) 등 국내 대형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JP모건은 5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이하 SKIET)를 시작으로 8월 HK이노엔(195940), 카카오페이(377300) 등 단 3개 기업의 상장 업무만을 맡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고, IPO로 유도하는 역할을 그만큼 잘했다는 의미”라며 “중소형 IPO보다는 대형 IPO건이 외국인투자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욕심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와 접점을 많이 갖고 있는 외국계증권사가 인수 주관 회사로 들어오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JP모건 기업별 공모금액을 보면 SKIET가 2조2460억원으로 가장 컸고, 카카오페이(1조5300억원), HK이노엔(5969억원) 순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17개 기업 중 공모금액 1조원을 웃돈 기업은 현대중공업(1조800억원) 뿐이었다. NH투자증권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1조4918억원)만 공모금액 1조원을 넘겼다.

JP모건 외에 외국계 증권사들도 상대적으로 상장 주관에 나서는 기업 수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뒤를 이어 4위를 기록한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3조6326억원)의 경우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상장 주관 업무에만 참여했다. 골드만삭스(1조8666억원)도 카카오페이, 케이카 두 기업 상장 업무를 주관했다.

JP모건은 지난 2018년, 2019년에는 국내 공모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IPO를 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공모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대어급 기업들이 줄줄이 증시에 입성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 CS증권 등은 2018, 2019년에 이어 2020년까지 IPO 주관 업무를 하지 않다가 지난해 공모시장에 참여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거래소의 증권사별 상장 주선 실적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기업의 공모금액이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에 주식을 배정받은 비율대로 집계돼야 하는데, 대표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에 몰아서 산정이 된다는 것이다. 복수의 공동 대표 주관사가 있을 경우 공모금액이 중복돼 집계된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어떤 기업 상장 주관사로 5개 증권사가 참여했지만 공모금액은 대표 주관사 한 곳 데이터로 집계가 된다”며 “대표 주관사가 두 곳이면 공모금액이 양쪽 데이터에 모두 입력되는 맹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증권사 전체 공모금액이 약 20조8000억원인데 거래소 공시를 기준으로 하면 37조로 금액이 불어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도 공모금액 1조원을 웃도는 기업들이 상장에 나서면서 공모 시장이 호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점쳐졌다. 특히 이달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하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금액은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12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인 2010년 삼성생명(032830)(4조8881억원) 공모액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쓱닷컴, 마켓컬리 등 상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