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운용사 컬리가 빠르면 내년 1월에 상장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다. 거래소 심사 시기를 고려하면 상장 시기는 내년 4~5월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2조원을 조금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올해 매출이 2배 가까이 급격히 늘면서 내년 상반기 상장에 성공할 경우 5조원에서 7조원대 중반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대어(大魚)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가 실제 7조원대 중반까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롯데케미칼(011170), 한국조선해양 등 중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물류·유통기업인 CJ대한통운(000120)의 시가총액도 크게 넘어선다.

컬리는 DST글로벌 등 외국계 주요 주주들과 공동의결권 행사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슬아 대표가 보유한 지분(6.67%)과 외국계 주요 주주들의 지분을 합쳐 최소 20% 이상의 지분은 공동의결권을 행사하고 일정 기간 제3자에게 매각하지도 못하도록 하는 협약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컬리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컬리의 김 대표와 주요 외국계 주주들은 의결권 공동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IB 관계자는 “최소 20% 이상 지분의 의결권을 묶고 일정 기간 제3자에게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협약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컬리 관계자도 “협약에 대해 주요 주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컬리의 지분율을 보면 김 대표가 6.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중국 자본인 세콰이어 캐피탈 차이나(13.84%), 힐하우스 캐피탈(12.03%)이 12~1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홍콩계 자본인 아스펙스 캐피탈(7.60%), 러시아계 벤처캐피탈(VC) DST글로벌(10.69%), 미국 율러 캐피탈(7.81%), 뉴질랜드의 제스먼드 홀딩스(6.23%) 등도 6~1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자본은 SK네트웍스(001740)(3.68%)와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2.96%) 등이 소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지난 7월 CJ대한통운(000120)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밀레니엄 매니지먼트(Millennium Management)도 컬리에 투자해 소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컬리가 주요 주주들의 지분에 대해 20% 이상 공동의결권을 체결하려는 이유는 최고경영자(CEO)인 김 대표의 지분율이 너무 낮아 거래소가 경영 안정성이 취약하다고 판단해 상장 심사 때 부적격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거래소는 김 대표와 주요 주주들이 공동의결권 협약을 체결할 것을 컬리에 요청했다.

컬리는 공동의결권 협약을 마무리한 상태에서 거래소에 상장 심사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신청 시기는 내년 1월 초‧중순이 될 것으로 투자은행 업계는 예상한다. 상장신청서가 접수되면 거래소는 45거래일 안에 상장심사를 마무리하고 상장 가능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이런 일정대로 상장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컬리는 내년 3월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4~5월쯤 상장한다.

마켓컬리 매출, 영업손실

컬리는 상장 후 기업가치(시가총액)가 최소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예상 매출액인 2조원(총 상품 판매량‧GMV 기준)을 기준으로 멀티플(밸류에이션 배수) 2.5배를 적용한 수치다. 내년 예상 매출액 3조원을 적용하면 시총이 7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

앞서 컬리는 지난 7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리즈F 투자에서 기업가치 2조5000억원을 인정받아 2254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컬리는 당시 기업가치 산출은 지난해 매출액 1조원에 멀티플 2.5배를 적용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매출액이 2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어서, 최소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 관계자는 “올해 예상 매출액이 최소 2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3조원 정도로 예상하는데 이런 매출액을 기준으로 멀티플 2.5배를 적용하면 5조원에서 많게는 7조원 중반대의 시가총액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컬리가 7조원대 중반까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상장에 성공하면 롯데케미칼(이하 23일 기준 시가총액 7조3006억원), 한온시스템(018880)(7조2596억원), SKC(011790)(7조1003억원), 한국조선해양(6조9428억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CJ대한통운(3조796억원)보다는 시총이 2배 이상 높아질 수도 있다.

한편 거래소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마켓컬리의 외국인 주주의 자본 적정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마켓컬리의 대주주인 일부 외국계 자본이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가 돼 있다는 이야기가 확산했는데, 이 부분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IB 관계자는 “마켓컬리에 투자한 외국계 자본이 굉장히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이 자금의 출처를 알기 어려워 러시아 마피아와의 연계설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에 투자한 펀드들은 실리콘밸리, 뉴욕, 홍콩 등을 거점으로 페이스북·구글·에어비앤비 등과 같은 세계적 테크 기업들에 초기 투자를 하고 상장까지 지켜본 회사들”이라며 “이 펀드의 기반인 LP는 국내 연기금을 포함한 선진국 연기금, 대학의 펀드 등 검증된 자본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펀드들의 많은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미국을 포함한 선진 자본시장에 상장을 하면서 여러차례 자본의 출처는 검증됐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