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30조원 이상 불어났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며 외국인과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하며, 향후 점진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 /SK하이닉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5.2% 급등한 7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내 기관이 각각 4260억원, 2255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특히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지난 8월 4일(5265억원)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8월 10일 이후 한 번도 8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한 채 박스권에서 횡보해 왔다. 지난 달 13일에는 장중 한때 6만8300원까지 내리며 ‘6만전자’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국내·외 기관은 이날 삼성전자 우선주와 SK하이닉스 주식도 대거 사들였다. 삼성전자우(005935)는 외국인이 524억원을, 국내 기관이 35억원을 각각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외국인이 2819억원을, 국내 기관이 1816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우와 SK하이닉스는 이날 각각 4.98%, 7.17% 급등하며 마감했다.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있는 세 종목 주가가 동반 급등함에 따라, 시총은 총 30조63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시총이 22조원, 삼성전자우 시총이 2조7000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 시총은 5조8000억원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세 종목의 시총이 급증하자 코스피지수도 1.4% 급등했다.

이날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가 크게 오른 것과 관련이 있다. 마이크론은 전날보다 7.8% 오른 83.03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 6월 30일(84.98달러) 이후 약 5개월 만의 최고가였다.

마이크론 주가가 오른 배경에는 반도체 경기에 대한 미 월가의 낙관적인 분석이 있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자문사 에버코어ISI의 애널리스트 C. J. 뮤즈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며, 악재가 소멸된 후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씨티그룹도 PC와 서버 수요 증가로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디램(DRAM)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디램 가격 조정이 “끝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디램 가격 조정에 대한 우려는 최근 들어 완화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디램이 글로벌 디램 수요의 34%를 차지하며 가격 방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북미 데이터센터들이 연말부터 서버 투자를 재개할 움직임이 나타나며 서버용 디램 수요의 회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비축해 둔 반도체 재고는 3분기와 비교해 30% 감소한 상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DDR5를 지원하는 사파이어 래피즈 프로세서가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되며, 데이터센터 가동률도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 3분기부터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도 연구원은 또 내년 중 폴더블 스마트폰이 20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역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대형주가 지나치게 저평가 받고 있는 만큼, 악재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9.8% 하락했으며 SK하이닉스도 5.2% 내린 상태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의 주가는 업황을 3~6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 2분기 중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통과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차를 고려하면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올 4분기 저점을 지나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반도체 보호주의 정책이 강해지며 미국과 유럽 등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현금 100조원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강점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