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 이른바 ‘슈퍼개미’로 불리는 고액 자산가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증권사의 맞춤형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패밀리오피스 사업이 확대됐고, 차액결제거래(CFD) 고객 유치를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해졌다.

지난해 주식시장 열풍과 부동산 규제 등은 고액 자산가의 투자 성향도 바꿔놨다.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고액 자산가 자산이 주식, 펀드 등으로 움직이면서 증권사 예탁 잔고가 불어났다. 올해 7월 말 삼성증권의 30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개인 고객 예탁 잔고는 업계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조선DB

삼성증권의 고액 자산가 예탁 잔고는 2019년 말까지 69조1000억원 수준이었지만, 1년 반 만에 39조4000억원(약 57%)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액 자산가 수도 1994명에서 3319명으로 1325명(약 66.4%)이 늘었다. 이 중 예탁 잔고가 1000억원 이상인 고객은 96명이었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은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했다. 패밀리오피스는 기업체 규모 자산가들이 개인자산관리 회사를 설립해 자산관리를 하는 ‘싱글 패밀리오피스’에서 비롯된 특화 서비스다. 미국 석유 사업가인 록펠러 가문이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한 것이 첫 번째 사례다.

앞서 NH투자증권은 20일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프리미어블루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예탁 잔고가 100억원 이상인 고객 중에서도 일부에게만 가입 자격을 부여했다. 고객과 고객의 가문이 운영하는 법인에 대한 컨설팅은 물론, 연기금급 대형 기관투자가에 제공되는 대형 딜 투자 기회 등을 제공한다.

이재경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 소속 전무는 “고객이 원할 경우 각 부문의 투자자문위원과 개별적인 미팅을 통한 일대일 투자 레슨을 받아볼 수 있다”며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계획도 지원되는데 유명 프로골퍼의 핀포인트 레슨 및 동반 라운딩, 저명인사와의 만남 등을 주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패밀리오피스 사업을 시작한 건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7월 패밀리오피스 사무국을 열었고, 이후 대형사를 중심으로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월 ‘미래에셋세이지클럽 패밀리오피스’를 선보였고,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GWM(Global Wealth Management) 전략담당’을 신설하며 패밀리오피스 사업에 진출했다.

CFD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 간 수수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CFD는 증권사에 증거금을 내면, 주식을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 변동에 따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최소 증거금 10%로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를 낼 수 있는 고위험상품이기 때문에 일정 요건을 갖춘 투자자에게만 허용되고 있다.

이때 CFD는 고액자산가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시장 규모가 2년 새 3배 이상 커졌다. 정부가 양도세 부과에 이어 이달부터 최소 증거금률을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CFD 계좌 잔액은 4조286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1조2713억 원)과 비교하면 3.4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CFD 계좌를 가진 개인투자자는 823명에서 6배에 가까운 4720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 총 10곳(교보증권·키움증권·DB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유진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 등이 CF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등도 향후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삼성증권은 국내 주식 CFD 수수료를 기존 0.14%에서 0.07%로 절반 낮췄다. 메리츠증권은 비대면 계좌 거래 수수료를 0.10%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15%로 낮췄다. 교보증권도 지난달 CFD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오는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0.12%로 인하한 상태다.

한편, 올해 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면서 CFD 반대매매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가 증거금을 추가로 채워 넣지 못하면서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 처분한 것이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CFD 반대매매 규모는 3818억원으로 지난해 한 해(1615억원)보다 2.3배 이상 증가했다.